교육부, 장애인 공무원 의무고용 미달로 인한 부담금 80% 납부
교육대학·사범대학 모집인원, 현행 의무고용률 3.4%보다 현저히 낮아
시민사회단체 “교육부는 의무고용 이행 위한 로드맵 수립하라”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투쟁’을 외치고 있다. 현수막이 앞뒤로 하나씩 있다. 뒤편 현수막에는 ‘교육계 장애인 차별 철폐! 장애인교원 의무고용률 이행! 장애친화적인 학교 조성!’이라고 적혀 있다. 앞에 있는 현수막에는 ‘교육공무원의 장애인 의무고용 이행 및 교육계 장애인 차별 철폐 촉구 기자회견’이라고 적혀 있다. 사진 하민지기자회견 참가자들이 ‘투쟁’을 외치고 있다. 현수막이 앞뒤로 하나씩 있다. 뒤편 현수막에는 ‘교육계 장애인 차별 철폐! 장애인교원 의무고용률 이행! 장애친화적인 학교 조성!’이라고 적혀 있다. 앞에 있는 현수막에는 ‘교육공무원의 장애인 의무고용 이행 및 교육계 장애인 차별 철폐 촉구 기자회견’이라고 적혀 있다. 사진 하민지

교육부가 장애인 의무고용을 이행하지 않아, 공공부문 중 가장 많은 고용부담금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가 낸 고용부담금은 공공부문 전체의 80%에 달한다. 장애계는 교육부가 장애인 의무고용을 높이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요구했다.  

강민정 열린민주당 국회의원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등 시민사회단체는 21일 오후 3시,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를 향해 “장애인 의무고용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강민정 의원이 ‘투쟁’을 외치고 있다. 사진 하민지강민정 의원이 ‘투쟁’을 외치고 있다. 사진 하민지

- 장애인 공무원 2.03%… 교육부 ‘반값할인’에도 고용부담금 80% 납부

2020년 시도교육청 평균 장애인 공무원 고용률 2.03%. 현행 장애인 의무고용률 3.4%에 한참 뒤처지는 초라한 성적표다.

교육부는 올해 처음 고용부담금(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못했을 때 고용노동부에 내는 금액) 약 380억 원을 냈다. 원래는 760억 원 정도를 내야 하는데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아래 장애인고용촉진법) 특례조항에 따라 ‘반값할인’을 받았다.

반값을 할인받아 냈는데도 교육부가 낸 고용부담금 비중이 상당하다. 국민권익위원회(아래 권익위)가 지난달 공개한 ‘장애인 고용촉진 제도의 실효성 제고방안’에 따르면 2020년에 장애인 공무원 의무고용 미달로 부과된 부담금 중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납부한 금액이 약 79%를 차지한다. 즉, 교육부가 장애인 공무원 고용률이 가장 떨어진다는 의미다.

강민정 의원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가르칠 책임이 있는 교육부가 장애인을 고용하는 대신 고용부담금을 냄으로써 돈을 인권과 맞바꾸고 있다”며 “노동은 인간으로서 존재의 의미를 확인하는 것이며 생존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장애인 의무고용제가 실시되고 있다. 교육부는 장애인 의무고용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할 것”이라고 규탄했다.

김헌용 위원장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김헌용 위원장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 ‘장애인 선생님’ 없는 이유, 15년간 방관한 교육부에 있다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작년 10월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을 기준으로 전국 초·중·고 장애인 교사는 4,485명이다.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달성하려면 7,047명이 더 필요하다.

장애인 선생님은 왜 이렇게 부족할까. 김헌용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 위원장은 교육부에 원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김 위원장은 “교육부는 장애인 예비교원을 찾기 어려워 의무고용률을 못 지킨다고 이야기한다. 장애인 예비교원 수가 부족한 건 원인이 아니라 교육부가 행한 장애인 차별의 결과”라며 “교육공무원에 장애인 의무고용이 적용된 게 2006년이다. 교육부는 15년간 아무것도 안 해 놓고 이제 와 장애인 교원을 양성할 연구를 시작한다고 한다. 15년이나 뒤처진 후진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황성환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지난 3월 23일 열린 제385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 심사소위원에 참석해 “(현재는) 장애인 교원이 양성될 수 있도록 생애단계별로 연구부터 해야 하는 단계”라며,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키는 게 어렵다고 발언한 바 있다.

또한 김 위원장은 “교육부와 교육청에 장애인 교원을 지원하는 전담부서가 있어야 한다. 이 부서에서 임용시험, 교원 양성기관뿐 아니라 교육현장에서 장애인 교사에 대한 지원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실태파악, 만족도 조사 등이 종합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희영 위원장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 사범대 장애학생 수로 의무고용률 달성하려면 25년 걸려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에서 장애인 학생을 적게 모집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교육대학, 사범계(사범대학, 일반대학 교육과), 비사범계(일반대학 교직과정, 교육대학원) 학생 수는 평균 279.4명에 그쳤다(서동용 의원실).

이들 전원이 교원이 된다고 가정하더라도 현행 의무고용률 3.4%를 충족하려면 25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한 최근 3년간 교육대학(초등교사)의 장애학생 모집비율은 최대 3.22%였다(권익위 ‘교육청별 장애인 공무원 고용현황’).

고등교육법 시행령 29조에 따르면 장애인 특별전형은 정원 외 선발이 가능해 인원제한이 없다. 즉, 교육부가 의지만 있다면 장애인 학생을 많이 선발해 장애인 예비교원 수를 늘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은 “교육대학의 장애인 학생 모집 비율이 3%도 안 된다. 공공부문 의무고용률(3.4%)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범대 스스로가 의무고용률에 미치지 못하는 모집인원을 정해놓고, 학생이 없다고 한탄하고 있다”라며 “교육부가 장애인 교원 채용에 대한 책임을 방기해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애인 활동가들은 교육부가 10년 내 장애인 교육공무원 의무고용 이행을 위한 로드맵을 발표할 것을 촉구했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대표는 “교육부는 가르치는 자로서의 장애인을 상상하지 않는다. 장애인은 언제나 보호받고 배우기만 하는 사람이었다”며 “교육부는 지금 당장 로드맵을 수립하고 의무고용률을 지킬 방안을 강구하라”고 요구했다.

 하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