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건강상태 자가진단’ 시스템, 시각장애학생 배제?
이가연 기자
등록일: 2020년 10월 26일
건강상태 자가진단 참여해야 등교 가능한데 로그인도 안 돼
‘국가정보화 기본법’ 상 접근성 보장 위반… 웹 접근성도 안 지켜
교육부의 '건강상태 자가진단' 웹사이트 갈무리
교육부의 온라인 ‘건강상태 자가진단 시스템’(아래 자가진단 시스템)에서 시각장애학생은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자가진단 시스템’은 코로나19로 교내감염 방지를 위해 교육부가 도입한 제도다. 교육부는 지난 9월부터 학생 및 교직원의 건강상태를 자가진단하기 위해 별도로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국의 모든 초·중·고 특수학교 학생 및 교직원은 등교 전 해당 시스템에 접속해 진단결과를 제출해야 하며, 진단 결과에 따라 등교여부가 결정되고 출석이 인정된다. 해당 시스템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웹사이트 형태로 운영 중이다.
그러나 시각장애학생들은 해당 시스템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 한 특수학교에 재학 중인 김 아무개 씨(가명)는 “로그인에 필요한 버튼에 대체텍스트가 없고, 각 문항에 답변할 때 ‘예·아니오’를 눌러도 음성으로는 선택 여부를 알려주지 않아 아침마다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야 진단결과를 제출할 수 있다”라며 불편을 호소했다.
이처럼 시각장애학생이 불편을 겪는 이유는 해당 시스템이 장애인·고령자 등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웹사이트에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한국형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 2.1’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에서 긴급히 추진되었지만, 자체 접근성 지침은 지켰다. 또한 자가진단 시스템 이용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학부모가 대신 체크할 수 있도록 했다”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부모의 도움을 받지 못하거나 기숙생활을 하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국가정보화기본법도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법률에 따르면 교육부와 같은 국가기관 등은 정보나 서비스를 제공할 때 장애인 등이 정보통신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보장할 것을 명시하고 있지만, 해당 시스템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한편, 교육부는 ‘2019년 행정·공공기관 웹 접근성 실태조사’ 결과에서 조사대상 98개 기관 중 91번째로 최하위그룹에 속한 바 있다. 그동안 교육부는 실태조사 결과를 비롯해 웹 접근성에 있어 수차례 비판을 받아왔지만, 여전히 개선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김예지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접근성 문제는 늘 반복되었지만, 시스템이 개발되고 난 후에야 문제가 지적되고 이를 해결하는데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이 과정에서 피해는 고스란히 장애인 당사자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라며 “장애인 접근성의 문제는 땜질식으로 해결하기보다, 시스템 설계 시부터 확보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출처: http://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00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