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고객” 커피전문점 콧대 꺾다
휠체어 앞 ‘턱’…“들어가고파” 뿅망치로 쾅쾅
‘1층이 있는 삶’ 프로젝트 시작, “편의법 개정”
등록일: 2020년 11월 11일
▲ 11일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 할리스 커피전문점 앞에서 ‘1층이 있는 삶’ 플래시몹을 펼치는 장애인들 모습.ⓒ에이블뉴스
AM 11:00 11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 “장애인도 고객이다”, “장애인 편의시설 의무화하라” 알록달록 피켓을 든 수상한(?) 장애인과 비장애인 20명이 모여, 장애인들에게도 ‘1층이 있는 삶’을 달라고 외쳤다. 이들 앞에는 커피전문점·편의점 등 생활편의시설 계단에 가로막힌 휠체어를 표현한 미니어처 모형이 놓였다.
“투썸플레이스가 계단에 막혀있으면 스타벅스에 가면 되고, 스타벅스가 계단에 막히면 잘 돼 있는 곳에 가면 됩니다. 근데 하나하나 포기하고 양보하면, ‘몸도 불편하신 분이 집에서 내려 드시는 것이 좋지 않냐’가 결론이 됩니다. 저는 가본 곳이 아니라, 가보고 싶은 곳에 가고 싶습니다.” -법무법인 한남 이재근 변호사-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된 지 20년 됐고, 2006년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비준됐으면, 많이 기다린 것 아닙니까. 이 양심 없는 대한민국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입구에 계단과 턱이 있는 것은 장애인 차별행위입니다! 내 돈 내고, 내가 사용하고 싶은 물건 사고 싶습니다! 이 문제를 모두에게 알립시다!”
‘뿅·뿅·뿅’.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계단 턱 앞에 멈춰, 사정없이 계단을 내리쳤다. “커피 먹고 싶어요.”, “들어가고 싶어요.”, “계단 없애주세요!”.
한 사람당 30여 초간 뿅망치를 두드리던 장애인들은 이내 바로 옆 건물인 스타벅스로 옮겨 휠체어를 막는 야속한 작은 계단을 사정없이 두드렸다. “들어가고 싶어요.”, “커피 주세요.”
이들의 행동에 놀란 직원이 나와 “고객님, 촬영하시면 안 돼요”라고 구슬렸지만, “계단으로 차별을 하고 있다”면서 강하게 대응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뿅망치를 두드리는 시간 동안, 비장애인 활동가들은 ‘커피 한 잔의 여유, 우리도 가지고 싶다’는 피켓을 높이 들며, 침묵시위를 이어갔다.
22년 전인 1998년 4월, 우리나라 정부는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이 다른 사람들과 동일하게 시설과 설비를 이용하고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등편의법)’을 시행했다.
하지만 같은 법 시행령에는 ‘1998년 4월 11일 이후에 건축되거나 재축, 용도 변경된 바닥면적 300㎡(약 90평) 이상’의 공중이용시설들에만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의무가 있다고 명시했다. 즉, 90평 이하의 작은 커피전문점, 편의점, 약국 등 생활편의시설은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의무가 없다.
비장애인은 인식할 수 없던 계단, 턱 하나로, 장애인은 손님 취급도 못 받는 것이다.
장애인 접근 차별 문제를 두고, 투썸플레이스, GS리테일, 호텔신라, 대한민국을 상대로 차별 구제소송을 제기했으며, 2년간 소송을 진행한 끝, 투썸플레이스는 조정 협의가 진행됐다. 나머지 조정이 이뤄지지 않은 업체들과는 12월 10일 재판이 재개될 예정이다.
소송과 별도로 공대위는 이날 플래시몹을 시작으로 장애인등편의법에서의 300㎡라는 ‘편의시설 의무 기준’을 삭제하는 법 개정 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전동휠체어를 탄 채 선두에 서 뿅망치를 두드렸던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상임대표는 20년째 턱과 계단에 막혀 음식점과 상점을 멍하니 바라봤던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내가 가고 싶은 곳에 내가 들어가서 커피 한 번 우아하게 마시고 싶은 바람 거창하게 투쟁하셔 만들어야 하는 사실이 암담하다”면서 “턱을 부스고, 장애인등편의법을 개정하기 위해서 국회를 두들기고 책임지지 않는 사업주를 바꿔내는 투쟁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공대위는 매주 수요일 오후 12시 서울 신촌 등 도심지를 중심으로 장애인의 생활편의시설 접근과 이용을 위한 ‘1층이 있는 삶’ 수상한 플래시몹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출처: http://www.ablenews.co.kr/News/NewsContent.aspx?CategoryCode=0014&NewsCode=001420201111143825253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