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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노동자 조상지입니다.

등록일: 2021325

조상지 활동가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참여, 변화된 나와 가족의 삶
나도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나도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20201020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국회의원이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에 참고인 요청을 하여 사무총장 임소연 님의 추천으로 서울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사업에 대한 참고인으로 출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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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0,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 참고인으로 참석한 조상지 씨(왼쪽)와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 국회 영상 캡처

 

 

: 어떤 일자리에 참여하셨는지?

: 서울형 권리중심의 중증장애인맞춤형 공공일자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일자리에서 한 일은 저상버스 알리기가 있습니다. 저상버스는 버스 바닥이 낮고, 경사판이 있어서 휠체어, 유모차, 임산부, 어르신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버스입니다. 몸이 힘든 사람들에겐 이동할 때 꼭 필요한 버스입니다.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에게 전단지도 나눠주고, 피켓팅도 하면서 저상버스에 대해 많이 알리고, 보급률도 높이는 활동을 했습니다. 문화 활동도 했습니다. 직장음악대에서 소외된 계층의 인권에 대한 노래를 만들어 매주 연습해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시민들에게 공연도 했습니다.

 

 

: 일을 하면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어떤 점이 좋았는지?

: 저에게 일자리의 의미는 의식주를 위해 돈을 버는 활동, 그 이상입니다. 저는 생후 8개월에 뇌병변 장애를 얻어 말도 못 하고, 손도 쓰지 못 하고, 걷지도 못하는 중증장애인으로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저는 중증장애로 인해 집과 시설 안에만 있어야 했습니다. 일자리를 통해 직장이 생기면서 사회생활을 하게 됐습니다. 내가 해야 할 일이 있고, 출근과 퇴근이 있고, 직장 동료들이 생겼습니다. 일자리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사회생활을 하게 해 주면서 제 삶을 180도 바꿔 놓았습니다. 좋았던 점은 중증장애인으로 태어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쓸모없는 사람이 아니라 일을 하면서 나도 사회에서 필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세상에 태어난 의미를 찾게 되었습니다.

 

 

: 추가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너무 좋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일을 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 저와 같은 중증장애인들이 더 많이 일을 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처음 참고인 출석 준비를 하라는 요청을 받고 저는 정말 많이 망설였고,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올해 처음 시행하는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노동자 260명의 대표로 제가 얘기를 해야 한다는 게 너무 부담이 됐습니다. 참고인 증언을 끝내고, 국회에서 나오면서 깊은 한숨이 나왔습니다. 천 명, 만 명으로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사업을 반드시 확대시켜야 하는데 내가 말을 잘한 건지, 못한 건지 아쉽고, 답답한 마음의 한숨이었습니다.

시간만 주어졌다면 중증장애인인 제가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후에 변화된 모습을 길게 얘기해서 그곳에 있는 국회의원들에게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가 어떤 의미인지, 얼마나 중요한지를 얘기하고 싶었지만, 제게 허락된 시간이 짧아 간단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 제가 길게 하고 싶었던 말을 이 지면을 빌려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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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야학이 진행한 서울형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지역사회 장애인식개선캠페인 이것도 노동이다에서 조상지 씨. 사진 노들야학

 

 

- 저는 노동자 조상지입니다.

안녕하세요. 서울시 권리중심의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노들야학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 조상지입니다. 중증장애인인 제가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후, 변화된 모습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생후 8개월에 뇌병변장애를 얻어 말도 못하고, 손도 쓰지 못하고, 걷지도 못하는 최중증 장애인입니다. 동생과 저를 혼자 키우신 어머니는 살면서 저 때문에 힘들고 속상하실 때마다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상지야 엄마랑 같이 죽자.”

우리 상지 죽은 후에 내가 죽어야 하는데.”

제 어머니는 장애인 자식을 낳은 죄로 평생을 가슴앓이하셨습니다.

그러다 제가 다니던 학교 노들장애인야학을 통해 중증장애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해서 직장이 생겼고, 첫 월급을 타서 어머니께 드렸습니다. 어머니가 이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제 상지보다 엄마가 먼저 죽어도 걱정이 없겠다.”

상지는 오래오래 재밌게 살다가 와라.”

제 동생은 우리 누나 장하네라고 합니다.

일자리를 시작한 후부터 제 어머니와 동생은 주변 모든 사람에게 저를 자랑하십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도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실업자가 많은 현실에서 중증장애인인 제가 당당히 취업자가 되었다고, 제 한 달 수입은 89만 원 정도인데, 제 엄마는 100만 원 넘게 번다고 뻥도 치십니다. 그래서 저는 친척분들과 엄마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훌륭하다, 상지가 잘 될 줄 알았다라는 칭찬과 격려를 받습니다.

일자리를 통한 제 삶의 변화된 모습으로 중증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을 제가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와 같이 일을 하고 있는 동료들도 저와 비슷한 경험을 얘기합니다. 올해 260명의 중증장애인들의 가족 및 친지, 주변인들이 중증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가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천명, 만명의 중증장애인 일자리가 생긴다면 교육을 통한 장애인 인식개선의 효과보다도 훨씬 더 큰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목표가 생겼습니다. ‘저상버스라는 말을 없애는 것입니다.

저는 40년간 집과 시설을 오가며 세상에 나오질 못했습니다. 비장애인들에겐 당연한 지식적인 배움과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면서 축적되는 삶에 대한 지혜를 저는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혼자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배가 고파도, 목이 말라도, 주변의 도움 없이는 먹을 수도, 마실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남들이 나에게 함부로 하더라도 나에게 심한 장애가 있으니까 제가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비장애인들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지식적이고, 사회적인 많은 권리를 저는 권리라고 생각도 못하고, 장애 때문이라며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최중증장애인인 제가 직장이 생기고, 월급을 받으면서 최중증장애를 가진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장애인 권익옹호와 장애인 인식개선교육, 최중증 장애인 기준의 문화예술활동에 참여하면서 늘 별나라 사람처럼 사회와 떨어져 있던 제가 이제는 사회 속으로 들어가기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중증장애인 일자리는 제게 없었던 자신감을 만들어 주었고, 사회 속에서 사람들과 같이 살아가는 통로를 열어 주었습니다.

일자리를 시작하고 제 삶에 목표가 생겼습니다. 그것은 서울에서 저상버스라는 말을 없애는 것입니다. 일자리에서 제가 하는 일 중에 인식개선사업의 일환으로 시민들에게 저상버스 알리기와 보급률 높이기가 있습니다. 버스정류장에서 저상버스에 대한 피켓팅을 할 때마다 시민들이 피켓을 유심히 보다가 물어보십니다. 버스에 장애인들이 타고 있는 걸 본 적이 없는데, 이용하지도 않는 저상버스는 왜 더 만들어 달라고 하냐고.

저는 AAC로 미리 준비해서 이렇게 대답합니다.

저상버스를 장애인용 버스라고 생각하시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에요. 저상버스는 버스 바닥이 낮고, 경사판이 있어서 휠체어뿐만 아니라 어린 아기가 탄 유모차, 버스 계단이 높아 오르기 힘든 유아들, 임산부, 어르신들이 쉽게 오르내릴 수 있는 버스예요. 그래서 꼭 장애인만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에게 꼭 필요한 버스예요. 그래서 시내버스를 100% 저상버스로 꼭 바꿔야 합니다.”

프랑스 파리는 저상버스라는 말이 없다고 합니다. 이미 저상버스 보급률이 100%여서 저상과 비저상의 구분이 필요 없어진 거죠. 그래서 저는 천만 인구가 살고 있는 우리나라 수도 서울에서만이라도 교통약자들에게 꼭 필요한 저상버스를 저상버스가 아니라 그냥 버스라고 불러도 될 때까지 저상버스의 필요성을 홍보하고, 저상버스 보급률 높이기에 최선을 다할 겁니다.

그게 일자리 사업을 하면서 만들어진 제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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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야학 음악대 연습을 하는 조상지 씨. 사진 정택용

 

 

- 엄마와 나, 제 동생의 인생이 분리됐습니다.

제게는 한 살 차이 나는 남동생이 있습니다. 제 동생은 아기 때부터 저에게 양보만 하면서 살았습니다. 아기 때는 젖병을 양보했고, 어머니가 안 계실 때는 먹는 거, 입는 거, 대소변까지 모든 신변처리를 제 동생이 해야만 했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제 동생이 결혼해서 사는데, 엄마가 돌아가신 후에 중증장애인인 누나로 인해 마음고생과 더불어 가족 간의 불화가 오지 않을까 늘 걱정하셨습니다. 지금까지 엄마의 인생은 저보다 하루 더 살면서 저를 보살피는 거였고, 엄마보다 하루 먼저 죽을 때까지 엄마에게 밥을 얻어먹어야 하는 게 제 삶이었습니다. 모든 중증장애인 가족들의 상황이 저희 집과 비슷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직장에 다니며 사회생활을 하는 저를 보고 지금은 엄마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제 엄마도 엄마 인생 살 테니, 상지도 상지 인생 살아라”, 동생에게도 누나는 이제 혼자 살아갈 수 있으니 아무 걱정 하지 말고, 너의 가족들하고 잘 살면 된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엄마와 나, 제 동생의 인생이 분리가 됐습니다. 샴쌍둥이처럼 불가분의 관계였던 엄마와 저의 인생이 분리가 됐습니다. 동생에게 늘 그림자처럼 그늘로 따라다녔던 누나의 인생이 분리가 됐습니다. 저의 가족은 제가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후에 각자의 삶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중증장애인을 가진 가족의 삶의 질을 최고로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경험한 위의 네 가지 이유만으로도 중증장애인의 일자리는 앞으로 계속 확대되어야 합니다.

 

 

필자 소개

조상지. 노들장애인야학 재학, 현 서울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재직.

 

 

 

출처: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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