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없는 삶으로 돌아가지 않겠다!
위 제목은 420 장애인차별철폐투쟁의 날_ 사전대회에서 외쳐진 슬로건입니다.
달력을 보면 4월20일이란 날짜는 곡우와 더불어 장애인의 날로 기록되어 있죠. 그러나 우리 사회는 장애인이 자신의 존엄을 온전히 지키면서 살아가기엔 너무도 냉혹한 사회이며, 장애인에 대해 유형, 무형의 차별과 억압 또한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입니다.
장애인의 날을 기념하기 앞서 하루 전에 열린 사전대회에서는 이러한 현실에 대한 폭로와 호소 그리고 결코 좌절하지 않고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다짐을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만들어가는 자리였답니다.
양평동(선유도역)에서 문래동(문래역)에 이르기까지 릴레이로 1인시위를 진행하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피플은 배기남 대표가 릴레이 1인시위부터 함께 연대를 했습니다.
UN장애인권리협약(UNCRPD)에 따르면 "장애로 인한 차이는 존중받고 장애인은 다양성을 가진 인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져야"합니다. 시혜나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모두 똑같은 인류 구성원이라는 말입니다.
릴레이 1인시위를 마치고 삼삼오오 모여서 문래역까지 행진을 합니다.
피켓을 들고 걷고, 전동휠체어를 타고, 천천히 걷고, 누군가는 조금 빨리 걷기도 합니다. 모두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함께' 행진을 합니다.
현장에서 들은 이야기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중증장애인 노동자가 노동현장에서 겪고 있는 온갖 차별이었어요. 그 분은 지방의 한 만두공장에서 일을 하시는데 하루 종일 양파 까는 일만 하신다 하네요. 그러면서 받게 되는 급여가 월 50만원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합니다. 양파 까면서 흘린 눈물만으로도 한강을 채울 지경이라는 악조건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도 제대로 된 노동자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중증장애인 노동자는 최저임금 적용조차 되지 않기 때문이죠.
심지어 대부분의 기업들이 여전히 장애인의무고용제도 또한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효율과 성과를 최우선시 하는 기업 입장에선 장애인을 고용해서 맞춤형 일자리를 만들고 비장애인과 동등한 임금을 주는 것보다 벌금으로 때우고 마는 것이 훨씬 더 속편하고 싸게 먹힌다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국가에선 4월20일이 장애인의 날로 지정해 여러 기념일 중 하나로 소모만할 뿐이겠지만, 여기 현장의 사람들에게 4월20일은 단순히 장애인의 날이 아니라 장애인차별철폐투쟁의 날인 이유입니다.
장애인들은 학교를 가기 위해서 사회 전체를 이동시켰고, 작은 배움을 위해서 사회 전체를 새로 배우게 하는 투쟁을 벌여냈습니다. 그렇게 세상을 변화시켜왔습니다. 그 투쟁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 지금이 있습니다.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당당히 노동하고 싶다는 외침을 우리 모두가 귀기울여 듣고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대하고 행동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차이가 차별이 되는 세상, 장애유무가 차별의 이유가 되는 세상, 소위 자본을 위한 ‘능력’이 차별의 이유가 되는 세상을 단호하게 반대합니다.
집회 현장에 있다보니 이 자리에서 새롭게 배우게 되는 사실들에 감사하면서, 또한 새로운 만남과 관계가 만들어지고 이어지는 소중한 시공간이 바로 집회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네요. 차별이 사라지고 모두가 존엄하게 살 수 있는 그 날까지 우리 모두가 함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