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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3 09:43

[시선]코호트 격리와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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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코호트 격리와 이미

 

 

김도현 <장애학의 도전> 저자

 

 

입력 : 2020.03.20 20:44

 

 

l_2020032101002646400221171.jpg 

 

어쩌다 보니 몇 해 전부터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이 운영하는 공용기관생명윤리위원회에 심의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가까스로 대학을 졸업하고 줄곧 사회운동만 해왔던 나는 코호트라는 학술 용어를 이 회의에서 처음 접했고, 그 뜻을 잘 몰라 티 안 나게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한 기억이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이제 코호트는 전 국민이 다 아는 단어가 되었다. ‘코호트 격리라는 말을 통해서.

 

 

코호트 격리라는 표현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이 말이 뭔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그 대상이 되고 있는 어떤 사람들에 대해선 말이다. 코호트는 공통적인 특성이나 경험을 지닌 인구 집단을 말하고, 격리는 지역사회로부터 차단됨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짧게는 몇 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까지 지역사회와 단절된 삶을 강제당했던 정신장애인과 중증장애인들은 사실 이미코호트 격리 상태에 있었던 셈이다. 이미 격리되어 있던 이들을 동일한 장소에서 다시 격리한다는 건, 마치 두 번 죽인다는 말처럼 한편으로는 모순되고 또 한편으로는 무참하게 들렸다. 첫 코호트 격리는 모두가 알다시피 청도대남병원의 정신병동에서 이루어졌고, 그런 조치 속에서 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그들은 실제로 사회적 존재로서 한 번 죽임을 당하고, 다시 생물학적 존재로서 두 번 죽임을 당했다. 그러고서야 그 격리에서 해제될 수 있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3월 들어 경기도, 대구시, 경상북도 등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소위 예방적 코호트 격리를 실시하고 있다. 이런 조치가 합당하고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비판적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한 단체들도 있는데, 그중 한 곳이 한국사회복지사협회다. 협회는 지난 10사회복지시설의 예방적 코호트 지정 전국적 확대를 반대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지자체 홈페이지의 민원 게시판과 사회복지사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비좁은 공간에 뒤엉켜 쪽잠을 자고’ ‘집에도 못 가고’ ‘제 시간에 씻지도 못하고’ ‘똑같은 밥을 먹고와 같은 내용의 원성과 호소가 이어졌다. 길지는 않지만 8개월의 감옥살이를 해본 나는 그들의 고통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그건 또한 시설에 수용된 장애인들이 이미경험해왔던 삶이기도 하다. 탈시설한 장애인들이 그 안에서의 삶을 몸서리치며 들려줄 때, 나는 그 짧은 감옥살이 덕분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많은 이들이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단순히 의료적 차원의 문제가 아님을, 우리 사회가 기존에 지니고 있던 문제들이 불거져 나오고 있는 것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힘든 시간이 지나고 나면, 우리는 그렇게 이미존재해왔던 문제들을 반드시 검토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밟아야 할 것이다. 그중 우선순위에 놓여야 할 것 하나가 탈시설 문제임을 이 사회가 잊지 않기 바란다. 문재인 정부 역시 커뮤니티 케어(지역사회 통합돌봄)가 복지개혁의 중심축이 되어야 함을 이미천명하지 않았던가. 아무런 제도적 뒷받침을 하고 있지 않을 뿐. 그러고 보니 시설을 뜻하는 영어 단어 ‘institution’은 또한 제도의 의미를 갖고 있다. 시설에서 격리된 삶을 살아야 했던 건, 제도의 문제이지 장애인들의 문제가 결코 아니라는 말이다.

 

 

 

출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3202044035&code=9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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