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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2 10:15

놀이는 누구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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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는 누구의 것인가

 

 

등록: 2020121

작성: 안희재

 

 

[칼럼] 안희제의 말 많은 경계인

   

 

 

  1.jpg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 설치된 휠체어그네. 휠체어 탄 사람이 그네를 타고 있다. 그 양옆으로 비장애인이 서 있다. 사진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얼마 전 발의된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 일부개정안은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는 현행법을 문제시하며, 장애아동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놀이터 환경, 즉 통합놀이터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관련 부처는 모두 소극적이다. 아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놀이터는 즐거움보다 안전이 중요한데, 통합놀이터의 안전문제는 기존 놀이터보다 복잡하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다.

 

 

안전과 즐거움이라는 이분법

 

 

이 상황을 보면서 문득 내가 학교 안에서 경험한 일이 떠올랐다. 대학 행사에는 수많은 부스가 있고, 학생들의 공연도 많았지만,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관심은 연예인들이 오는 행사에 집중되어 있다. 먼저 격한 응원 행사와 학생들의 무대가 진행된 후에 유명 가수들이 무대에 올랐다. 행사는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 즈음부터 핸드폰 플래시가 별처럼 보이는 시간까지 진행됐다. 이 행사에 오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행사 철마다 학생들은 티켓팅에 열을 올리고, 원래 가격의 수십 배가 넘는 가격으로 암표 매매가 이뤄지기도 한다.

 

 

이 행사에서 학생들은 같은 학우라는 감각, 즉 소속감을 공유한다. 같은 색깔의 옷을 맞춰 입고, 처음 보는 사람과 어깨동무를 하고 같은 응원가를 부른다. 행사가 다 끝나면 함께 와르르 술집으로 몰려가서 하는 뒤풀이까지도 이 행사의 연장선이다.

 

 

하지만 장애학생들의 참여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기본적인 물리적 접근성과 함께 여기서 매번 제기되는 문제가 바로 안전과 즐거움혹은 안전과 참여라는 이분법이다. 행사가 진행되는 노천극장은 반원의 무대 앞에 조금 더 넓은 반원의 평지가 있고, 그 뒤로는 사람들이 겨우 앉거나 설 수 있는 계단이 차곡차곡 빼곡히 세워져 있다. 그러니 장애학우석은 자연스럽게 휠체어가 접근할 수 있는 평지에 배정되는데, 이때 좌석의 위치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매년 행사를 만드는 단체의 장이 행사의 컨셉에 맞추어 임의로 변경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장애학우석이 무대에 가까이 배치될 것인지 아닌지가 여기서 결정된다.

 

 

그런데 장애학우석은 무대에 가까이 배치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휠체어를 사용하면 앉은 채로 무대를 보게 되는데, 앞에 다른 사람들이 서 있으면 무대가 다 가려서 안 보이기 때문이다. 가끔 콘서트장에서는 무대와 멀더라도 높이 올라갈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마련하지만, 노천극장은 그게 불가능한 구조다. 그래서 장애학생들이 행사에 참여하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은 장애학우석이 무대와 가깝게 배치되는 것뿐이다.

 

 

하지만 주최 측은 물이나 불이 나오는 무대 장치가 관중석과 무대 사이 공간에 있어서 장애학생들에게는 너무 위험하다고 말하며 장애학우석을 무대와 멀리 배치하려고 했다. 무대 앞은 참여할 수 있으나 위험하고, 무대에서 멀어야 참여하기 어렵더라도 안전하므로 장애학우석은 멀리 두어야 한다는 것이 주최 측의 입장이었다. 그들은 그러한 무대 장치가 장애인에게 유독 더 위험한지에 대해서 전문적 지식이 없다고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주장을 바꾸지 않았는데, 이는 장애인은 무조건 비장애인보다 위험하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논쟁의 여지조차 없이 당연한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 당사자들의 의견을 구하고, 안전기준들을 찾아봐도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없었다. 하지만 결정권은 어차피 그들에게 있었으므로 나는 반박을 멈추고 무대 장치가 언제 작동하는지 알려달라고 했다. 물과 불이 나오는 시점을 미리 알고 대비함으로써 안전하게 참여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축제는 원래 분위기에 따라진행되기 때문에 미리 알려줄 수가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 장애학생의 안전한 참여는 불가능하니 안전만을 택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 논의는 장애인의 안전과 참여의 문제였을까? 무대 장치 사용 시점 외에도 우리는 안전한 참여를 위한 여러 안을 제시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그 근거는 대체로 축제의 마땅한 모습이었다. ‘축제의 마땅한 모습은 초대가수들이 약속보다 길게 무대를 하거나, 물이나 불을 분위기에 맞추어 그때그때 사용하는 등의 즉흥성으로 요약되었다. 장애인은 위험하므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축제는 즉흥적이어야 즐겁다며 우리의 제안을 거절했다. 문제는 장애인의 안전과 참여, 장애인의 안전과 즐거움이 아니라, 비장애인의 즐거움과 장애인의 참여였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학교 안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안전하고 즐겁게 무대를 즐길 수 있는 넓은 운동장이 있다. 실제로 그런 운동장에서 축제 무대를 꾸리는 대학도 많다. 하지만 노천극장의 계단은 너무 가팔라서, 비장애인 한 명이 응원에 맞추어 뛰고 춤추다가 발을 헛디디면 도미노처럼 그 아래의 비장애인들이 굴러떨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도 주최 측은 평지에 있는 장애인만이 위험하다는 듯이 말하며 원래의 장소를 고집했다.

 

 

 

 

  2.jpg

당산공원 무장애놀이터에 있는 스윙그네. 휠체어 탄 사람이 있고, 그 옆에 있는 스윙그네에 한 사람이 누워 있다. 사진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놀이라는 존엄을 누릴 수 있도록

 

 

이처럼 사실상 누구의 안전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즐거운 축제를 만들면서도 장애인에게만큼은 즐거움보다 안전을 이야기하는 것은 장애인의 안전을 고려하는 대신 장애인을 즐거울 수 없는 존재라고 상정한다. 축제에 참여할 수 없다면 즐거울 수 없으므로, 여기서 즐거움은 곧 참여다. 이 축제가 같은 학교의 학생이라는 정체성, 소속감을 공유하는 행사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여기서 즐거움과 참여는 소속감과 같은 말이다. 장애학생이 즐거울 수 없는 행사는 곧 비장애인만을 이 대학의 구성원, ‘같은 학우로 인정한다는 의미가 된다.

 

 

주최 측이 정말 안전을 고려했다면 애초에 행사의 장소를 바꿨어야 하며, 그들이 말하는 모든 학우에 장애학우도 포함된다면 장애학우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장애인 안전 전문가의 조언을 구했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둘 중 어느 것도 하지 않았다. 장애학우석은 마련했지만 안전이라는 명분으로 장애학생들의 참여를 막았다. 건강한 학생과 취약한 학생을 자의적으로 구분하고 그들을 각각 즐길 수 있는 학생과 즐길 수 없는 학생으로 위치시켰다. 축제는 즐거워야 한다는 그들의 정의에 따르면, 이 축제는 누구의 축제인가.

 

 

다시 통합놀이터로 돌아가자. 관련 정부 부처들에서는 자신들이 통합놀이터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으로서는 그 안전성을 검증할 수 없고, 법이 통과된다면 시설개선 과정에서 더 넓은 땅이 필요해지는 현실적 문제가 발생하며, 기업들은 비용이나 안전 규제의 문제 때문에 통합놀이터에 필요한 시설을 생산하길 꺼릴 것이라고 했다. 애초에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아서 놀이터를 작게 만들었다는 고백과 시장 의존적 해결에 대한 상상도 문제지만, 나는 앞서 언급한 대학 축제의 사례를 통해 안전이라는 문제에 접근하려 한다.

 

 

통합놀이터에 대한 정부 부처의 소극적 태도는 안전과 즐거움이라는 허구의 이분법을 만들어낸다. 여기서 안전이 먼저이니 즐거움은 미뤄두라는 말은 정말 장애인의 안전을 고려하는가? 사실 그들은 장애인의 필요를 파악하지 않으면서 안전한 즐거움은 불가능하다는 과도한 보호주의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처럼 당사자의 말은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안전만을 이야기할 때, 장애학생은 결정권을 가질 수 없는, 유예된 존재로서 보호의 자리에 놓인다.

 

 

안전과 즐거움의 이분법은 장애인을 보호의 자리에 두면서, 통합놀이터를 안전하지 못한 즐거움으로 규정한다. 그 결과로 미뤄지는 것은 단지 개인의 오락이 아닌 장애 아동들의 신체 활동을 통한 통합이며, 나아가 공적 시설에 대한 장애인의 물리적 접근성이다.

 

 

요한 호이징가(Johan Huizinga)호모 사피엔스’, ‘호모 파베르등 수많은 인간의 정의에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의미의 호모 루덴스(Homo Ludens)’를 추가했다. 그는 놀이는 단지 문화의 일부가 아니라 문화 자체가 놀이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간을 놀이하는 존재로 정의한다면, 즐거움은 단지 삶의 일부가 아닌 인간다운 삶, 존엄한 삶의 조건일 것이다. 즐거움과 참여와 소속감은 대학 축제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맥락에서 동의어가 된다. 문화 자체가 놀이와 같다고 할 때, 통합놀이터의 부재와 비장애인만이 즐거운 축제는 지금의 문화가 누구를 배제하려고 분투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장애인도 놀이라는 존엄을 누리기 위해, 즐거움의 평등을 위해 우리는 물어야만 한다. 지금 여기에서는 누구의 어떤 욕망만이 허가되고, 누구에게만 자신의 선택에 따라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즐길 기회가 주어지는가? 지금 사회에서 놀이는 누구의 것인가?

 

 

 

 

 

 

 

 

 

 

안희제의 말 많은 경계인

 

 

관해기(증상이 일정 정도 가라앉아 통증이 거의 없는 시기)의 만성질환자. 장애인권동아리에서 활동하고 노들장애학궁리소에서 수업을 들으며 질병과 통증을 새로운 시좌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몸의 경험과 장애학, 문화인류학에 관심이 많고, 앞으로도 그것들을 공부하려 한다. 난치의 상상력을 썼다.

 

 

 

 

출처 : 비마이너(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0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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