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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지원대폭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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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같은 활동지원 대폭 삭감, 이유 묻자 “정보공개 불가”

  • 기자명 이가연 기자 
  •  
  •  입력 2021.04.29 15:44

종합조사 판정으로 100시간 이상 활동지원 삭감돼
장애가 나아지는 것도 아닌데… 구청·국민연금공단에 이유 묻자 ‘비공개 통지’
“정보공개법상 비공개 대상 아냐… 당사자 알 권리 침해” 행정소송 청구  

장추련 등은 29일 오전 11시,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종합조사 결과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비공개 통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한 활동가가 ‘알 권리 침해하지 말고 즉각 정보 공개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이가연장추련 등은 29일 오전 11시,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종합조사 결과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비공개 통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한 활동가가 ‘알 권리 침해하지 말고 즉각 정보 공개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이가연

장애등급제 폐지 후 도입된 ‘장애인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아래 종합조사)’에 의해 활동지원 시간이 대폭 삭감된 장애인이 그 이유를 알기 위해 관할구청과 국민연금공단(아래 공단)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비공개 통지를 받았다. 이에 당사자의 알 권리 침해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7월, 장애인의 욕구와 환경을 고려한 맞춤형 서비스 지원체계를 구축하고자, 장애등급제가 폐지되면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의 급여량 판정 도구가 인정조사에서 종합조사로 변경됐다. 그러나 등급제 폐지가 무색하게도, 종합조사에 따라 활동지원 갱신조사를 받은 장애인 중 19.52%가 활동지원서비스 급여량이 하락했다. 

사지마비 뇌성마비 장애인인 서기현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소장 또한 종합조사 결과 활동지원서비스가 100시간 넘게 줄어들었다. 서 소장은 “2007년 활동지원서비스가 도입된 뒤로부터는 나이 많은 부모의 도움에서 벗어나 독립하게 되어, 하루 약 17시간의 활동지원을 받으며 살아왔다. 등급제 폐지 후 활동지원 갱신기간에 맞춰 종합조사를 받게 되어 성실하게 대답했는데, 결과는 참담했다. 활동지원서비스가 하루 4시간가량(월 110시간) 줄어들게 되어, 하루 세끼 중 한 끼를 챙겨 먹지 못하게 됐다”라며 분노했다. 

서 소장은 종합조사표에 의해 활동지원 시간을 판정한 도봉구청과 공단에 무슨 이유로 점수가 낮게 나와 구간이 하락했는지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그러자 도봉구청과 공단은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5호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비공개’를 통지했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도봉구청은 오히려 ‘어차피 거부될 텐데 왜 청구하냐’라며 청구를 취하하도록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는 급여하락자에게 3년 동안 기존의 급여를 보전하는 ‘산정특례’를 적용했지만, 3년 뒤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현재 서 소장에게 남은 산정특례 급여 보전 기간은 1년 7개월이다. 

서 소장은 “남은 보전 기간 동안 제 장애가 나아지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과학기술이 발전해 활동지원 로봇과 같은 최첨단 제품이 나올 것 같지도 않다. 그렇다면 저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라고 되물으며 “등급이 왜 하락했는지, 조사관이 제 장애에 대해 어떻게 기록했는지 그 판단을 알고 싶다. 무엇이 두려워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가. 중증장애인에게 활동지원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권리다. 이를 점수 몇 점, 회의록 몇 장으로 판단하지 말라”고 밝혔다. 

장추련 등은 29일 오전 11시,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종합조사 결과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비공개 통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이가연장추련 등은 29일 오전 11시,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종합조사 결과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비공개 통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이가연

이에 서 소장은 29일, 공단과 도봉구청의 행정처분에 대한 알 권리를 주장하며 비공개 통지에 대한 행정소송을 청구했다. 이와 함께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 등은 29일 오전 11시,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종합조사 결과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비공개 통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단과 도봉구청이 근거로 든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5호는 “감사·감독·검사·시험·규제·입찰계약·기술개발·인사관리에 관한 사항이나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를 비공개 대상 정보로 규정하고 있다.

정제형 변호사가 ‘국민연금공단은 정당한 알 권리를 보장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정제형 변호사가 ‘국민연금공단은 정당한 알 권리를 보장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이번 행정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정제형 장추련 법률지원단 변호사는 장애인 당사자가 정보공개 청구한 종합조사 결과는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공단과 도봉구청은 원고에게 정보공개법 조항을 이유로 비공개 통보를 했다. 그러나 원고는 단순히 조사항목별 점수에 관한 정보를 청구한 것이며, 이미 평가가 완료되어 처분이 이뤄진 내용이기 때문에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 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도 아니다. 공개되더라도 원고의 장애 특성과 일상생활의 제약을 이미 공개된 종합조사표에 따라 판단한 점수에 불과하다”라며 “장애인에게 활동지원은 단순히 복지서비스를 넘어 생존과 인간다운 삶에 긴밀히 연결된다. 그러므로 더욱 이 사건의 정보는 밝혀져야 한다”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에는 종합조사 판정에 의해 활동지원 시간이 대폭 삭감된 장애인 당사자들이 나와 함께 목소리를 냈다. 

홍성훈 활동가가 ‘행정편의주의 지겹다! 맞춤형 지원 제공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홍성훈 활동가가 ‘행정편의주의 지겹다! 맞춤형 지원 제공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홍성훈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작년에 종합조사 판정을 받은 뒤 한 달에 160시간의 활동지원 시간이 깎였다. 저의 하루 중 5시간을 삭제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부가 준 유예기간이 3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앞으로의 삶을 상상할 수 없다. 통지문을 받은 뒤 공단과 구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저 또한 신청하는 족족 행정업무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당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홍 활동가는 “이 정부가 초창기에 내세운 공정과 투명성은 어디로 갔는가. 점수 산출근거를 비공개하는 것은 여전히 행정의 용이성에 따라 장애인의 삶을 토막 내겠다는 것 아닌가”라면서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다. 종합조사의 산출근거를 내놓고, 장애인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라”라고 촉구했다. 

김진우 중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저는 호흡기 장애가 있어 저녁마다, 휴일마다 활동보조를 받아 호흡기를 끼어야 한다. 그런데 종합조사표에 의해 활동지원 시간이 깎여버렸다. 최중증 와상장애인들 조차 1구간을 받지 못해, 1구간에서 활동지원 받는 장애인이 한 명도 없다”라며 “산정특례로 인해 3년 동안 활동지원 시간이 유예되었는데, 이후 나의 생존권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복지부와 지자체, 공단은 명확하게 답을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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