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 “지하철에 리프트 대신 엘리베이터 설치하라” 항소심도 패소 |
1심에 이어 2심도 ‘리프트, 정당한 편의는 아니지만 권리 구제는 안 한다’ 장애계 “법원 스스로가 자신의 지위와 자격을 포기한 처사” 분노 |
등록일: 2020년06월10일 |
장애계가 “휠체어리프트(아래 리프트)는 장애인차별”이라고 제기한 차별구제소송 항소심에서 또다시 졌다. 서울고법 민사37부(부장판사 권순형·정경근·최은정)는 ‘리프트 설치는 정당한 편의제공이 아니기에 차별행위’라면서도 ‘적극적 조치 이행은 명하지 않기로 한다’는 1심 재판부와 같은 판단을 내렸다. 이에 장애계는 “법원 스스로가 자신의 지위와 자격을 포기한 처사”라며 분노했다.
10일 오후 2시, 서울고등법원 서관 507호에서 지하철 역사 내 휠체어리프트에 대한 장애인차별구제청구소송 2심 선고가 내려졌다. 휠체어이용자 5명이 서울교통공사에 제기한 차별금지구제 소송에 대해 1심에 이어 2심 재판부도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는 서울고등법원 서문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의 결정을 비판했다.
10일 오후 2시, 서울고등법원 서관 507호에서 지하철 역사 내 휠체어리프트에 대한 장애인차별구제청구소송 2심 선고가 내려졌다. 휠체어이용자 5명이 서울교통공사에 제기한 차별금지구제 소송에 대해 1심에 이어 2심 재판부도 ‘기각’을 결정했다. 이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서울고등법원 서문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의 결정을 비판했다. 사진 허현덕
- 1심 재판부 ‘노력하고 있으니 기다려라’ 그러나 2년간 5곳 중 1곳만 엘리베이터 설치
지난 2017년 10월 고 한경덕 씨가 신길역 리프트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하지만 지하철 1~8호선 관리감독자인 서울교통공사는 리프트에 대한 어떤 안전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요구할 때마다 ‘예산상의 이유’를 들었다.
이에 휠체어이용자 5명은 지난 2018년 5월 18일 서울교통공사에 △2·5호선 영등포구청역사 내 환승통로 △3·4호선 충무로역사 내 환승구간 △1·5호선 신길역사 내 환승구간 △디지털 미디어시티역사 내 이동구간 △지하철 6호선 구산역 등 5곳에 설치된 리프트를 철거하고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14일 1심 재판부는 ‘서울교통공사와 서울특별시장이 전문업자에게 이미 승강기 설치에 관한 기본 및 실시 설계 용역을 도급하였고 이를 모두 대외에 공표하였기에 차별을 개선하게끔 맡기는 게 공익차원에 적합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에야 5곳 중 신길역 1곳에만 엘리베이터가 설치됐다. 4곳에는 여전히 엘리베이터 설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승헌 장추련 활동가는 “소송 후 2년이 지났지만, 신길역을 제외한 다른 역사에서는 여전히 위험천만한 리프트가 가동되고 있다”며 “그 위험과 어려움은 리프트로 이동해야 하는 소송 원고인을 비롯한 장애인들이 고스란히 감수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원고들은 일제히 리프트의 위험성에 대해 토로하며, 법원의 판단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6호선 구산역을 통해 출퇴근하고 있는 이원정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리프트가 중간에 멈춰서 40분간 매달려 있던 적이 있어 리프트 이용은 피하게 된다”며 “이러한 두려움과 불편을 해소하고자 차별구제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1년 전과 달라진 게 없어 너무 화가 난다”며 규탄했다.
3·4호선 충무로역을 이용하는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대표는 “엘리베이터 설치에 예산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이처럼 쉽게 우리의 차별이 무시당하진 않을 것이다”라며 “오늘 법원의 판결은 예산과 인권이 같은 말이라는 의미로 들린다. 법원은 장애인의 인권을 (돈으로) 쉽게 판단해버렸다”라며 비판했다.
박김영희 장추련 상임대표는 이날 법원 판결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사진 허현덕
- 장애인 차별은 금지하면서 권리 구제는 안 하겠다는 법원
박김영희 장추련 상임대표는 이날 법원 판결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엘리베이터 설치 요구는 장애인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엘리베이터는 장애인뿐 아니라 교통약자의 이동편의를 위해서 당연히 설치되어야 한다. 그런데 여전히 구산역, 상일역 등 서울지하철 내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았다. 법원은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조치를 취해야할지 판결해주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법원은 오늘 스스로의 자격을 포기한 셈이다.”
원고 측 이상현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그럼에도 이번 소송으로 일부 역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논의되고 있다는 데 조금의 성과가 있다고 자평했으나 법원의 판결에는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 변호사는 “소송청구의 근거 법률이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다. 법은 장애인의 차별은 금지하고 차별당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며 “권리를 실현하겠다고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차별은 인정하되, 권리 구제는 안 하겠다는 판결을 내렸다.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원고 측은 추후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 변호사는 “만약 항소를 한다면 대법원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대한 해석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힘줘 말했다.
출처: http://www.beminor.com/detail.php?number=14763&thread=04r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