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시설 핵심으로 떠오른 지원주택, 전국 확산 가능할까?
허현덕 기자
등록일: 202년 10월 21일
장애계, “지원주택법·주거약자법·탈시설지원법 등에 지원주택 제공 근거 담아야”
장애계 지원주택으로 탈시설 지원, 정부는 통합돌봄 안심주택 방향 엇갈려
탈시설 장애인 지원의 핵심으로 떠오른 ‘지원주택’을 전국으로 확산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지원주택은 주거지원과 생활지원서비스가 함께 제공되는 주거 모델로, 미국·영국 등에서는 잘 알려졌지만 한국에서는 생소한 개념이다. 현재 서울시가 2018년부터 지원주택 시범사업을 행했고, 2019년부터 실거주가 시작됐다. 장애인·노인·노숙인·정신질환자 지원주택 등으로 나뉘며, 현재는 노인을 제외한 3개 분야의 지원주택 276호가 공급됐다. 그중 장애인지원주택은 지난해 16호, 올해 44호 총 60호가 있다. 지원주택은 사생활을 보장하는 주거환경에서 생활지원을 받을 수 있기에 장애인 탈시설 지원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20일 오후 3시, 여의도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지원주택을 전국으로 확산하기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장애계와 서울시는 지원주택 공급에 대한 근거를 법 제·개정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의 협력을 강조했으나, 이날 국토부는 토론회 참석을 끝내 고사했다.
- 코로나19에서 거주장애인의 고립된 삶 여실히 드러나
국내외 사례에서 비춰볼 때 지원주택 거주자들의 신체적·정신적, 주거 안정성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중증장애인일수록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온다.
민소영 경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원주택 거주인을 인터뷰한 결과 ‘개인적 취향이나 선호도에 따라 식사나 취미 생활을 즐기고, 무언가를 언제 할 것인가를 스스로 결정하면서 시간 관리의 주체가 되었다’라고 답변했다”라며 “어떤 거주인은 지원주택을 ‘천국’이라고 표현할 만큼 만족스러운 삶을 보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지원주택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사단법인 프리웰 이사장을 역임하고 있는 김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지난 2019년 12월 지원주택에 입주한 분들은 방역지침을 지키면서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반면, 프리웰 산하 거주시설에 계신 분들은 외부 접촉 없이 1년간 고립돼 지내야만 했다”며 “코로나19가 ‘공간 하나’로 삶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여실히 보여 주었다”라고 말했다.
이에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유럽자립생활네트워크는 ‘긴급 탈시설’을 촉구했다. ‘국제 장기 돌봄 정책 네트워크’의 보고서에서도 코로나19 사망자 중 돌봄 시설 내에서 일어난 비율이 19~62%로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야만적인 방식으로 사회적 약자를 감옥에 처넣은 참혹한 결과”라며 “서울시 장애인 지원주택 실태적 근거를 가지고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2021년 긴급 탈시설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긴급 탈시설을 지원주택 중심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장애계 “지원주택법·주거약자법·탈시설지원법 등에 지원주택 제공 근거 담아야”
지원주택 제도화를 위한 관련 법률 제·개정이 논의됐다. 특히 △독립적인 지원주택법률안 제정 △‘장애인·고령자 등 주거약자 지원에 관한 법률(아래 주거약자법)’ 개정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 등에 지원주택 제공 근거 마련 등이 제시됐다.
서종균 서울주택도시공사 주거복지본부 주거복지처장은 “‘주거약자법’ 전면 개정과 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역사회통합돌봄법에 지원주택 제공에 관한 조항을 포함해야 한다”며 “현재 노인과 장애인 주택개조 정책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 공공시설과 공공기관에만 적용되는 유니버설디자인을 신축 주택에는 모두 적용하도록 하는 내용이 첨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경석 이사장은 장애인탈시설지원법(안)을 제시하며, 이 안에 지원주택 제공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탈시설지원법(안)은 10년 간의 한시적인 법이다. 탈시설 장애인의 거주지 마련, 그중에서 지원주택 제공의 의무를 명시한다. 여기에는 ‘탈시설’에 대해 정확한 개념을 명시함으로써, 이후 거주시설 폐쇄 계획을 법률로서 정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탈시설 초기 정착을 위한 활동지원 급여 추가 제공, 자립생활정착금 지급, 탈시설 장애인 30명당 1명의 장애인주치의 배치 등의 구체적 내용도 담긴다.
박 이사장은 “이 법안이 10년이라는 기한을 둔 것은 앞으로 10년 이내에 모든 장애인이 거주시설에 나와서 이후에는 장애인탈시설지원법이 필요 없을 것이기 때문”이라며 “법안에는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공공임대 주택을 우선적으로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법안을 기반으로 ‘지원주택 10만 호’ 확보 운동을 제안했다.
- 장애계는 지원주택으로 탈시설 지원, 정부는 안심주택 방향 엇갈려
임하정 서울시 장애인복지정책과 장애인탈시설팀 팀장 등 토론자들은 지원주택 확산을 위해서는 법 제·개정은 물론, 중앙정부에서의 방향 제시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부처에서는 복지부만 토론회에 참여했고, 국토부는 끝내 참석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신용호 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 과장은 “국토부가 참석하지 않아 아쉽다”며 “탈시설이든 통합돌봄이든 근간에는 주거 인프라가 마련돼야 한다는 데 정부부처간 이견은 없다. 현재 국토부 주거복지정책과 공공주택지원과와 MOU를 체결했고, 공공주택 10만 호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공주택 10만 호가 지원주택으로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이날도 신 과장은 장애계가 탈시설 정책 추진방향을 질문할 때마다 복지부가 내놓는 커뮤니티케어(지역사회 통합돌봄사업)와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 추진으로 답변을 얼버무렸다. 그러나 커뮤니티케어의 주거 인프라 확충은 △어르신 맞춤형 케어안심주택 △집수리 사업 △커뮤니티케어형 도시재생뉴딜 등으로 지원주택과는 거리가 있다.
박경석 이사장은 “정부가 탈시설을 거주전환으로 얼버무려서는 안 된다. 현재 복지부에서는 장애인복지법을 개정해서 장애인개발원 산하에 거주전환이라는 명칭을 쓰는 지원센터를 2억 원 정도 들여 만들려고 하고 있는 게 고작이다”라며 “그러나 개정안에는 탈시설정착금, 활동지원 추가급여, 지역사회 주치의 제도에 관한 근거도, 예산도 없다. 고작 이런 방식으로는 야만적인 집단 수용방식을 바꾸기 힘들다. 지원주택법, 주거약자법, 장애인탈시설법 이른바 ‘주거 3법’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신용호 과장은 “아직 지원센터 명칭은 확정된 게 아니다.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에) 탈시설 정착금, 활동지원 추가급여, 지역사회 주치의 제도 등의 내용이 담겼다”고 말했지만, “예산은 책정되지 않았다”고 답해 정부의 탈시설 추진 동력에 의문을 남겼다.
출처: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0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