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 신아재활원 긴급 탈시설 이행 촉구 천막농성
허현덕 기자
등록일: 2021년 1월 25일
긴급 분산조치 사흘 만에 신아원 거주인 재입소… 총 58명 재입소
수수방관·무관심으로 일관된 시설 거주인들에 대한 코로나19 방역대책
수용시설에 갇힌 이들의 최선의 방역은 ‘긴급 탈시설’뿐
기자회견 참가자가 ‘시설로 돌아갈 수 없다! 신아원 재입소 당장 멈춰라!’라는 종이팻말을 붙이고 있다. 뒤로 보이는 신아원 현판에도 ‘탈시설 지원계획 수립을 위한 조사를 실시하라’라는 종이팻말이 붙어 있다. 사진 허현덕
“시설 거주인들은 시민이 아닙니까? 정부와 지자체는 신아원 거주인의 인권과 생명보다 시설유지가 더 중요합니까? 신아원 거주인 안전에 대한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합니까? 시설유지에만 혈안이 돼 있는 신아원에 정부와 지자체가 동조하고 있다는 오명을 쓰고 싶지 않으면 지금 당장 긴급 탈시설 이행하십시오.” (조미경 장애여성공감 공동대표)
장애계가 장애인거주시설 신아재활원 거주인의 긴급 탈시설 약속 이행을 촉구하며 신아원 앞에서 천막농성을 선포했다. 긴급 분산조치 사흘 만에 시작된 거주인 재입소를 규탄하고 긴급 탈시설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25일 오전 11시 장애여성공감과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서울장차연) 등 장애인인권단체는 신아재활원 거주인의 긴급 탈시설 이행 촉구 천막농성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25일 오전 11시 장애여성공감과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인권단체는 신아재활원 거주인의 긴급 탈시설 이행 촉구 천막농성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신아원 정문에서 열었다. 사진 허현덕
- 긴급 분산조치 사흘 만에 신아원 거주인 재입소… 총 58명 재입소
사회복지법인 신아원이 운영하는 신아재활원에서 지난해 12월 26일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이에 12월 29일 장애계는 서울시에 ‘집단거주가 집단감염의 원인’이라고 지목하며, 거주인의 긴급 탈시설을 촉구했다. 30일 서울시는 이러한 장애계의 요구에 공감하며 요구에 응하는 듯했다. 다만 중앙안전대책본부(아래 중대본)의 답변이 와야 긴급 탈시설을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장애계는 12월 31일부터 중대본에 긴급 탈시설에 대한 답을 내놓기를 요구하며 벌써 26일째(1월 25일 기준) 광화문에서 천막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 11일 서울시는 신아재활원 거주인을 모두 안전하게 분산조치했다는 공문을 서울장차연에 보냈다. 더욱이 서울시는 긴급 분산조치를 유지하면서 임시거주공간에 있는 거주인의 개인별 탈시설 지원계획을 수립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18일이 경과한 시점에서야 이뤄진 조치다. 그러나 이러한 약속이 파기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사흘이다.
지난 15일 신아재활원 거주인 16명에 대한 재입소가 강행됐다. 장애계의 항의에 장애계·신아원·송파구·서울시 4자 회담이 열린 19일에는 42명의 거주인을 대거 재입소시키며 사실상 약속 완전 파기를 선언했다. 그날 오후 서울장차연 등이 신아원 입구를 봉쇄하며 규탄했지만, 재입소를 저지할 수 없었다.
이규식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 수수방관·무관심으로 일관된 시설 거주인에 대한 코로나19 방역대책
기자회견에서는 앞으로가 더욱 절망적이라고 성토했다. 신아재활원 집단감염 대책과 관련해서 신아원·송파구·서울시·보건복지부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거나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의 인권과 생명이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 또다시 선명히 드러났다.
서울시는 중대본에서 답이 없다며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관할 지자체인 송파구는 재입소 거주인 수조차 가르쳐주지 않을 만큼 날카롭게만 대응하고 있다. 신아원 원장은 “신아재활원은 최대 3인 1실로 우리 같은 좋은 시설도 없다”며 “시설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60명이 필요하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집단감염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환경을 자백하면서도 여전히 거주인을 시설유지의 도구로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김준우 송파솔루션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신아원 원장은 면담에서 신아원을 안전하게 운영하겠다고 했는데, 집단수용을 지속하면서 어떻게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라며 “코로나19에서 집단감염이 위험하다는 것을 모두가 인정하기에 긴급 분산조치가 이뤄진 게 아닌가? 그런데 58명의 거주인을 재입소시켜 또다시 위험에 몰아넣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작 서울시는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10인 이상 집회금지’를 준수하라는 공문을 보내왔다. 경찰도 집회를 지켜보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규식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경찰은 기자회견에 모인 사람들에게 방역수칙을 지키라고 하는데, 현재 60여 명이 집단으로 거주한 신아원은 방역수칙을 지키고 있다고 여기는가?”라고 분노하며 집단감염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규탄했다.
진은선 장애여성공감 부설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숨] 팀장이 발언하고 있다. 그 뒤로는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참가하는 모습이 보인다. 사진 허현덕
- 수용시설에 갇힌 이들의 최선의 방역은 ‘긴급 탈시설’뿐
결국 수용시설 운영자와 수용시설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정부와 지자체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신아원·서울시·정부의 무관심과 방만한 대책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신아원 거주인들일 수밖에 없다.
진은선 장애여성공감 부설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숨] 팀장은 “거주인들과 어렵게 통화를 했는데, ‘전화를 통해 코로나19가 감염된다’, ‘코로나19가 감기다’ 등등 잘못된 정보에 노출돼 있었다. 분산조치로 거주지를 옮기면서도 아무도 거주인들에게 왜 거주지를 옮겨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았다”라며 “물론 코로나19 상황 이전에도 거주인들에게 정보를 제공하지 않거나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코로나19로 더욱 선명하고 처절하게 거주인의 인권침해가 드러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조미경 장애여성공감 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기자회견에서는 지역주민들이 신아원의 긴급한 상황을 제대로 알아주기를 호소했다. 조미경 장애여성공감 공동대표는 “신아원 거주인들은 우리와 관련 없는 사람들이 아니라 권리를 가진 동료 시민이다. 시민들이 권리를 보장받고, 함께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긴급하게 탈시설해 지역사회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라며 “이는 장애가 있고, 나이가 들고 아프다는 이유로 고립되고 방치되고 외면당하지 않는,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함이다. 긴급 탈시설은 우리가 동료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임을 알아 달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직후 활동가들은 ‘시설사회’ 낭독회와 긴급 탈시설 촉구 문화제를 이어갔다. 이들은 △현재 긴급 분산조치된 거주인 56명이 머무르는 곳을 신아원 관련 종교기관이 아닌 곳으로의 이전 △신아원 거주인들의 긴급 탈시설 약속 이행 △긴급 탈시설에 따른 개별 탈시설 지원 계획 수립 △탈시설 계획 수립을 위한 민관협의체 구성 등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신아원 정문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결의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기자회견에 참가하고 있는 모습. 손팻말에는 ‘시설로 돌아갈 수 없다! 신아원 재입소 당장 멈춰라!’라는 문구가 써 있다. 사진 허현덕
출처 : 비마이너(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06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