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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라파엘의집’, 코로나 집단감염에 장애인 학대까지

 

 

등록일: 2021324

등록자: 허현덕 기자

 

 

 

 

142명 집단 수용시설에서 폭행·학대 벌어져
재활치료 인증받지 않은 기립기30분 이상 장애인 묶어놔
강남구, 지속적인 폭행·학대에도 개선명령으로 솜방망이 처분
지자체에만 책임 떠넘긴 복지부탈시설 의지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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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여주 라파엘의집(경기도 여주시 강천면 소재)에서 이번에는 종사자 15명이 거주장애인 7명을 폭행·학대한 것으로 밝혀졌다. 여주 라파엘의집 현판. 사진 허현덕

 

 

지난해 10월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여주 라파엘의집(경기도 여주시 강천면 소재)에서 이번에는 종사자 15명이 거주장애인 7명을 폭행·학대한 것으로 밝혀졌다.

라파엘의집은 여주 시내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고, 큰길에서는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800m를 올라가야 한다. 대중교통으로는 접근할 수 없으며, 건물은 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다. 애초부터 외부인이 출입하기 어려운 구조로, 거주인들도 외부와 단절된 채 생활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고립된 생활은 코로나19로 더욱 심화됐고, 그 사이 거주장애인은 인권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

 

 

- 142명 집단 수용시설에서 폭행·학대 벌어져  

여주 라파엘의집은 현재 142명이 집단거주하고 있고, 거주인 대부분이 시각·발달 중복장애인이다. 시설은 경기도 여주에 있지만 서울시 보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시설 법인(사회복지법인 하상복지재단)이 서울 강남구에 있기 때문이다. 여주 라파엘의집은 서울시 관리·감독을 받는 거주시설 중에서 거주인 100명이 넘는 초대형 거주시설 5곳 중 1곳이다. 지난해 10월에 거주인 24, 종사자 10명이 코로나19에 집단감염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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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의집은 여주 시내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고, 큰길에서는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800m를 올라가야 한다. 대중교통으로는 접근할 수 없으며, 건물은 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다. 사진 네이버 위성 캡처

 

 

학대 제보는 집단감염이 발생하기 전인 지난해 8월에 나왔다. 강남구청에 익명의 제보자가 두 개의 유닛을 지목하며, 폭행과 학대가 있음을 알렸다. 유닛은 거실 하나에 방이 여러 개 딸려 있는 구조를 칭한다. 라파엘의집에는 8개의 유닛에 총 40개의 방이 있다. 방 하나에는 2~4명의 거주인이 함께 생활한다.

한 유닛에 5개의 방이 있다고 가정하면 적게는 10명에서 많게는 20명이 집단생활하는 구조다. 집단감염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인권침해가 밝혀졌을 당시 야간 시간에는 한 개의 유닛에 종사자 1명만 근무해,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9월 강남구청이 현장조사를 한 결과 거주인 2명의 팔과 다리에서 커다란 멍 자국을 발견했다. 라파엘의집 측에서는 거주인이 자해해 생긴 상처라고 진술했지만, 피해 거주인의 개인관찰기록지에는 자해에 관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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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 유닛 사이에 있는 신발장과 휠체어. 신발이 빼곡하게 놓여 있다. 사진 허현덕

 

 

이에 대해 서울장애인권익옹호기관(아래 권익옹호기관)은 지난해 914~15일 양일에 거쳐 조사한 후, 여주경찰서에 시설을 고발 조치했다. 그러나 시설이 학대의심 종사자 5명을 피해자와 분리한 건 1111일이었고, 이마저도 유닛 이동 배치에 그쳤다. 형식적인 분리조치다.

여주경찰서가 CCTV를 분석한 결과 종사자 15명이 거주인 7명을 폭행 또는 학대한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가해 종사자 중 한 명은 거주인을 이종격투기 하듯 폭행했다. 거주인의 목을 잡고 강제로 물을 먹이고 때리기도 했다. 테이프나 끈으로 거주인 다리를 묶어두기도 했으며, 짐볼을 발로 차 거주인을 수차례 맞추기도 했다. 이 밖에도 거주인의 머리, , , 어깨 등을 때렸다.

여주경찰서는 지난 2월 이와 같은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종사자 2명은 죄질이 매우 나빠 즉시 권고사직 조치됐다. 나머지 종사자 13명은 거주인과 분리되어 업무에서만 배제된 상황이다. 경찰은 가해 종사자들을 입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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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조사결과 거주인 2명의 팔과 다리에 커다란 멍 자국이 발견됐다. 종사자들은 자해흔적이라고 했지만, 피해 거주인의 개인관찰기록지에는 자해에 관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았다. 사진 장혜영 의원실 제공

 

 

이처럼 경찰 조사를 통해 종사자들이 권고사직되거나 업무에서 배제되면서 사실상 가해자들은 피해자들과 분리조치됐다. 피해 제보가 있은 지 6개월이 지난 후였다. 그러나 피해 장애인들은 여전히 학대가 발생한 시설에 그대로 살고 있다.

 

 

- 재활치료 인증받지 않은 기립기30분 이상 장애인 묶어놔

특히 기립기(자세조절기)가 다수의 방에 설치돼 있다는 점은 조직적 학대가 의심된다. 기립기는 물리치료에 쓰이는 재활기구인데, 라파엘의집에 설치됐던 것은 물리치료용 전동 기립기가 아닌 임의 제작한 나무 기립기였다. 이에 대해 권익옹호기관은 조사 초반부터 인권침해 의견을 냈다.  

라파엘의집은 아침·점심·저녁, 하루 세 번씩 기립기에 거주인을 묶어놓았다. 라파엘의집 관계자는 기립기를 사용한 것은 와상장애인 50명이었다라며 “30분씩이라는 규정을 만들어서 이용했다라고 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에 따르면 30분 이상 묶여 있던 사례는 64건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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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의집에는 나무로 만든 기립기가 다수의 방에 설치돼 있었다. 세 개의 까만 벨트는 몸을 묶는 용도로 달아놓았다. 한 눈에 봐도 임의로 만든 걸 알 수 있다. 사진 장혜영 의원실 제공

 

 

시설 관계자는 기립기 자체는 건강증진·재활 프로그램이다. 치료사, 간호사, 재활교사가 사용 시간·횟수를 함께 정했다라며 권익옹호기관에서 인권침해라고 했지만, 우리가 기립기를 장애인학대로 생각했다면 기립기 바로 옆에 CCTV를 설치했겠느냐고 항변하기도 했다.

그러나 30분이라는 기준과 횟수 등의 기준을 정한 것도 명확한 근거가 없다. 장애계는 이를 체벌도구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정민구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아래 발바닥행동) 활동가는 재활치료 인증을 받지도 않은 임의치료기구를 방마다 뒀다는 것은 그 자체로 불법치료다라며 거주시설에는 치료도구가 학대도구로 쉽게 변질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만큼, 기립기 설치 자체가 인권침해 정황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현재 기립기는 철거됐지만, 여주경찰서는 보건복지부에 기립기 설치·사용 등의 위법 여부에 대해 유권해석을 신청한 상황이다.  

 

 

- 강남구, 지속적인 폭행·학대에도 개선명령으로 솜방망이 처분

라파엘의집에서의 폭행과 조직적 학대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은 지난 22일 라파엘의집에 방문했다. 장 의원은 이날 정충현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장, 홍성보 서울시 장애인복지정책과 장애인거주시설팀장, 장정은 강남구청 사회복지과장, 라파엘의집 원장, 사회복지법인 하상복지재단 등과 면담했다. 서울시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참여하지 않았다. 같은 시간, 시설 정문 앞에서는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이 자유로운 삶, 시설 밖으로라는 손팻말을 들고 시설 폐쇄와 거주인에 대한 자립생활 대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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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 의원이 라파엘의집에 방문한 지난 22,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가 라파엘의집 정문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거주인 전원 탈시설지원계획 수립하라!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라고 쓰여 있다. 사진 허현덕

 

 

장혜영 의원은 8월 폭행과 학대 제보에도, 두 달이 지난 11월에야 가해 종사자와 피해 장애인의 (형식상의) 분리조치가 이뤄진 데 대해 지적했다. 서울시와 강남구는 권익옹호기관에서 분리조치 판단을 하지 않으면 지자체에서는 움직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비마이너가 권익옹호기관에 문의해 보니 조사 당시에는 피해·가해자를 특정할 수 없어 바로 분리조치를 판단할 수 없었다. 우리는 강남구에 1020일 조사결과를 통보했고, 강남구는 22일 라파엘의집에 직무배제 요청을 했다고 들었다고 말해, 분리조치 판단에 한 달가량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 의원이 서울시에 관리·감독 책임을 묻자, 서울시는 물리적으로 멀어서 관리·감독이 쉽지 않다. (서울에서 라파엘의집을 오가는데) 하루가 꼬박 걸린다며 관리·감독 기관으로서는 부적절한 답을 내놓기도 했다. 사실상 제보나 신고 없이는 학대 정황을 밝혀낼 수 없다는 것이다. 시설인권지킴이단도 무용했다. 라파엘의집 시설인권지킴이단은 2018년부터 단 한 차례의 폭행·학대 정황도 발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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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라파엘의집에 방문했다. 장 의원은 이날 정충현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장, 홍성보 서울시 장애인복지정책과 장애인거주시설팀장, 장정은 강남구청 사회복지과장, 라파엘의집 원장, 사회복지법인 하상복지재단 등과 면담했다. 서울시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참여하지 않았다. 사진 허현덕

 

 

이날 강남구의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로 지목됐다. 강남구는 지난 225일 라파엘의집에 개선명령 행정처분과 시설장 교체를 권고했다. 지속적인 폭행과 학대에 2명의 종사자가 권고사직했음에도 비교적 가벼운 처분이 내려진 것이다. 라파엘의집은 지난 2016년에도 시설예산 사적사용6가지 위반사항으로 시설장 교체가 이뤄진 바 있다. 장애인복지법 제62조에는 시설의 회계 부정이나 시설이용자에 대한 인권침해 등 불법행위, 그 밖의 부당행위 등이 발견된 때시설폐쇄 행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장혜영 의원은 이러한 부분을 지적하며 장애인복지법상 학대나 인권침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해야 시설폐쇄 행정처분이 내려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명백한 학대 정황을 인지하고도 형식상의 분리조차 매우 늦었고,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했는데 왜 긴급탈시설이나 긴급 분산 조치가 고려조차 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지난 2, 장애인 등 감염취약계층이 집단적으로 거주하는 사회복지시설에서 감염병 발생 시 긴급탈시설을 의무화하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한편, 강남구는 피해자 7명 중 무연고장애인 4명만 자립생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지자체에만 책임 떠넘긴 복지부탈시설 의지도 없어 
장애인거주시설에서의 인권침해는 라파엘의집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장애계는 근본적으로 거주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이 살 수 있는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신속한 탈시설이 요구된다그 키는 복지부가 쥐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날 면담에 참여한 복지부 장애인정책국장은 서울시·강남구 등 지자체에 문제 해결을 맡긴 채 적극적인 입장을 표하지 않았다. 거주시설 문제에 늘 소극적이었던 정부 입장을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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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도구로 지목된 기립기는 현재 철거된 상태로, 벽에는 그 흔적을 알리는 못 자국이 선명하다. 과거 기립기가 있었던 공간 앞에서 장혜영 의원이 시설 관계자에게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허현덕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국정과제 42번으로 장애인탈시설 등 지역사회 정착 환경 조성을 약속했음에도 탈시설 정책은 전무하다. 이날 복지부는 탈시설 정책에 대해서는 장애인탈시설로드맵 초안이 나왔고 한 차례 회의를 열었다라고만 말했다. 다음날인 23, 정부는 제22차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에서 오는 8월에 탈시설로드맵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정민구 발바닥행동 활동가는 거주시설에서의 거주인 인권침해가 계속 발생하는 것은 정부의 무관심과 무책임이 가장 큰 원인이다라며 정부 주도의 탈시설 정책이 이행되기 위해서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아래 탈시설지원법)’ 제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시설지원법에는 탈시설에 대한 정의뿐 아니라 라파엘의집과 같은 문제시설 폐쇄와 거주인들의 탈시설-자립지원에 관한 근거, 10년 내 모든 거주시설을 폐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발바닥행동 등은 24일 성명을 발표하고 복지부, 서울시, 강남구에 라파엘의집 즉각 폐쇄 운영법인 하상복지재단 설립 취소 거주인에 대한 탈시설 계획 즉각 수립 탈시설지원법 제정 등을 요구했다.

 

 

 

 

출처: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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