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 세종시에 “장애인 이동권·누리콜 노동자
고용 보장하라”
등록일: 2021년 3월 26일
이가연 기자
세종시청 앞에서 장애인 권리보장 전국 결의대회 열려
오송역→세종시청 가는 저상버스 없어… 장애인은 30분 더 걸려
장애계 “누리콜 노동자 고용승계·저상버스 도입 보장해야”
결의대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투쟁을 외치고 있다. 사진 하민지
장애계가 세종시에 장애인 권리 보장과 장애인콜택시 ‘누리콜’ 노동자들의 고용보장을 요구했다.
최옥란 열사 기일 19주기를 맞아 2021년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아래 420공투단) 및 세종시교통약자이동권보장및공공성강화시민사회단체대책위원회 등은 26일 오후 1시, 세종시청 앞에서 세종시 장애인권리 7대 요구안을 선포하고, 누리콜 고용보장 쟁취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420공투단은 세종시에 장애인차별철폐를 위한 7대 정책요구안을 발표했다. 이들은 세종시에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선언 약속 △최중증장애인 노동권 △장애인 평생교육권리 △장애인탈시설권리 선언 약속 △지속가능한 장애인자립생활 지원 기반 확대 △장애인주치의제도 및 의료접근성 강화 △발달장애인 권리 보장 및 지원 강화 등을 요구했다.
결의대회 참여를 위해 전국에서 모인 장애인 활동가들. 사진 하민지
세종도시교통공사로 넘어간 누리콜, 정작 노동자 고용승계는 불투명
세종시는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아래 국토부) 등 한국의 행정기관들이 모여 있는 ‘행정수도’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행정수도의 명실과 달리, 장애인의 이동권은 전혀 보장되지 않고 있다. 2019년 저상버스 도입현황(고시개정전문위원회 4차 회의자료)에 따르면 세종시의 시내버스 저상버스 도입률은 23%에 불과해 전국 하위권이다. 특별교통수단(장애인콜택시)의 경우, 세종시는 서울시의 4분의 3에 달하는 면적이지만 단 17대에 불과하다.
현재 세종시청 앞에서는 세종시 장애인콜택시 누리콜 농성이 103일째 이어지고 있다. 장애인 활동가들의 오랜 투쟁 끝에, 지난 21일 세종시는 장애인콜택시를 공공기관인 세종도시교통공사(아래 공사)가 운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공사가 직접 이관하지 않고 민간위탁 방식으로 운영하게 된 점 △기존 누리콜 노동자들의 고용승계가 불투명한 점 △24시 즉시콜 도입은 검토 중인 점 등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특히, 세종시가 누리콜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승계를 보장하기는커녕 장애인과 노동자들을 ‘갈라치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해식 세종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김해식 세종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는 “세종시 장애인콜택시를 공사에서 수탁 운영한다고 하면서도, 운전원 고용승계는 안 한다고 한다. 여태까지 비정규직을 채용하면서 갑자기 인성검사, 형평성 운운하며 공개채용한다고 하니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세종시와 공사는 논란을 빚은 일부 운전원을 제외한 나머지 노동자들을 모두 고용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정기열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세종시는 지난 9년 동안 장애인콜택시를 세종시 장애인단체(세종시지체장애인협회)에 위탁운영해왔다. 그 결과, 운전원은 자신이 퇴근해야 한다는 이유로 목적지가 아닌 곳에 내려주고, 장애인을 성폭행하는 등 개판으로 운영됐다”라며 “그 가운데 우리들은 세종시에서 차별과 배제 속에서 이동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살아왔다. 세종시는 장애인콜택시를 완전히 공공에서 운영하고, 노동자에 대한 고용승계를 이행하라. 경기도민 또한 세종시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동등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투쟁하겠다”라고 밝혔다.
장애인은 세종시청 가려면 30분 더 걸려 “저상버스 도입하라”
세종시에서의 본격적인 투쟁을 위해 이달 출범한 세종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문경희 공동대표는 이날 세종시청 앞에서 직접 발언할 수 없었다. 오송역에서 세종시청으로 바로 가는 버스 중 휠체어가 탑승 할 수 있는 저상버스가 없어, 이를 규탄하기 위해 오송역 앞에서 투쟁을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장애인 활동가들은 오송역에서 세종시청으로 한 번에 갈 수 있는 B1노선에 저상버스 도입을 촉구하며 B1버스를 점거했다.
오송역 앞에서 쇠사슬로 B1버스와 자신을 묶은 채 버스를 점거하는 문경희 세종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공동대표가 전화로 결의대회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강혜민
쇠사슬로 B1버스와 자신을 묶은 채 버스를 점거하고 있던 문 공동대표는 전화통화를 통해 “세종시청 앞에서 동지들과 함께하고 싶었는데 오송역에서 발이 묶였다”면서 “전국장애인대회가 차별적인 세종시에서 열리게 되었다. 동지들과 함께 앞으로 세종시에서 더 열심히 투쟁하겠다”라고 결의했다.
오송역에서 세종시청으로 가기 위해선 B1(구 1001)버스를 타야 한다. 그러나 B1버스의 경우, 저상버스가 없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오송역에서 B2(구 990번) 혹은 B3(구 757번)를 타서 도담동이나 환승 가능한 역에 내려 B0(구 900번)로 갈아타야 한다. B1버스를 타면 30분도 안 걸릴 거리를 장애인은 버스를 갈아타며 비장애인보다 두 배나 시간을 써야 하는 것이다.
왜 B1버스에는 저상버스가 없을까. B1버스의 경우, 국토부 산하 대도시권 광역교통위원회에서 관리하고 운영하고 있다. 또한 세종시를 거쳐 대전시를 향하는 버스이기 때문에 세종시와 대전시가 운행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
이에 대해 세종시청 관계자는 비마이너와의 전화통화에서 “저상버스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대전시가 결정을 해야 하는데, 지자체 및 운송업체와의 협력이 쉽지 않다. 이에 대해 세종시도 대전시에 저상버스 도입을 위한 협조를 구하는 상황”이라며 “협조가 구해지면 세종시에도 시청에서 오송역을 운영하는 노선을 검토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대전시청 관계자는 B1 버스에 저상버스가 없는 이유에 대해 “B1 버스는 천변도시고속화도로를 이용하는데, 자동차 전용도로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안전벨트가 있는 차량만 운영할 수 있다. 그러나 보통의 저상버스의 경우, 좌석에 안전띠가 없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해서 국토부에 예산을 요구할 준비를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세종시청 앞에 있는 농성장. 26일로 농성 103일을 맞이했다. 사진 하민지
한편, 이날 오전 10시 장애계와 국토부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논의하기 위한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국토부가 앞으로 시내버스 대·폐차 시 의무적으로 저상버스를 도입하겠다며,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앞두고 국토부 장관이 직접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현재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비롯한 41명의 국회의원이 발의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면담에 참여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이 같은 내용을 알리며 “앞으로 시내버스가 대·폐차될 때마다 모든 버스는 저상버스가 될 것이다. 우리가 투쟁해서 만든 것”이라며 “세종시는 기술이 안 되고, 도로 사정 때문에 저상버스를 도입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가 서울시에 지하철 엘리베이터 도입을 요구했을 때도 기술이 어렵다고 했었다. 거듭 투쟁을 통해 엘리베이터가 도입되었고 기술 문제 얘기는 사라졌다. 세종시는 기술과 돈을 이유로 자신들의 책무를 방기하지 말고, 저상버스를 도입하라”고 외쳤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출처: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1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