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의 정신이 투쟁의 현장에서 더 뿜뿜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김종환 집행국장(정태수열사추모사업회)
몇 년 전 마석 모란공원 묘역에서 정태수 열사 추모제를 진행했다. 활동한 지 5~6년 정도 된 한 활동가가 “정태수 열사는 나에게 이순신 같은 분”이라며 “여기 와서 직접 무덤을 보고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니 훨씬 가깝게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열사를 기억하고 그 정신을 이어가는 일은 정형화하면 좋지 않다. 늘 지금의 현장에서 투쟁으로 되살려야 한다.
어느덧 정태수 열사가 떠나신 뒤 20주기를 맞았다. 정태수 열사의 기일은 3월 3일이지만, 매년 추모제는 공휴일인 3월 1일 치른다. 올해 삼일절 날씨는 포근했고 오전 내 내리던 보슬비는 영화 ‘태수’가 상영될 즈음 거짓말처럼 그쳤다. 기승을 부리는 오미크론을 뚫고 1백여 명의 동지들이 마석 모란공원 제1주차장에 모였다.
[사진설명] 좌 추모제 무대 사진 우 정태수 열사 영정
낮 2시 30분 정태수 열사 20주기 추모제를 문애린 동지의 사회로 시작했다. 정태수열사추모사업회 김병태 회장의 인사말에 이어 김영희 동지가 유가족 인사를 하다 20여 년의 세월이 스친 듯 잠시 말끝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장애해방열사_단 박김영희 대표, 416재단 박래군 상임이사, 추모연대 장현일 의장, 전장연 권달주 상임공동대표 등도 추모발언을 이어갔다.
20회 정태수상은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봉조 활동가와 노들장애인야학이 공동으로 수상했다. 20여 년 대구지역에서 활동해온 김봉조 활동가는 묵묵히 현장에서 장애인의 조직화에 매진해왔다. 특히 김 활동가는 이 과정에서 모든 직책이나 공적을 주변의 동지들에게 돌리고 묵묵히 현장을 지켜온 부분이 심사위원의 공감을 얻었다. 노들야학은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많은 활동을 하는 대표적 장애인야학이다. 수많은 현장투쟁을 지켜내고 활동가를 재생산하며 건강한 조직문화를 지켜온 단체다. 지금까지 정태수상 후보로 한 번도 추천되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특히 노들야학은 정태수 열사가 조직부장으로 활동하던 시기인 1993년 장애인운동청년연합회에서 만든 야학이라 20회 수상에 더 의미가 컸다.
[사진설명] 좌 김봉조 활동가 정태수상 수상 사진 우 정태수 열사 묘비 분향 사진
이날 깜짝 감사패 증정식도 열렸다. 장애인이동권연대 시기부터 열악한 장애인 현장투쟁에 소리와 빛이 되어주신 ‘음향자유’에 감사패를 전달했다. 감사패에는 ‘위 단체는 지난 20여 년 동안 장애인 이동권, 교육권, 문화예술 등 다양한 부문의 장애인차별철폐 투쟁 현장에서 큰 울림과 빛으로 진정한 연대를 보여주셨습니다. 늘 낮은 곳으로 향하는 음향자유의 연대로 장애인운동은 더 튼튼하게 자리 잡았습니다. 장애해방, 인간해방 세상을 앞당기는 데 이바지한 음향자유에 고마움을 담아 이 패를 드립니다. 열사는 음향자유를 기억할 것입니다.’라고 쓰여있었다.
올해 추모제는 20주기를 맞아 마석 모란공원 열사 묘역 근처 주차장에 무대도 쌓고 LED 전광판도 설치했다. 20년 전 제작한 열사 걸개그림도 걸어서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중단되었던 무대 연출을 재현했다. 어묵탕과 고구마, 따뜻한 차 등을 준비해주신 십시일반밥묵차 동지들, 언제나 노래로 힘을 주시는 박준, 일과노래, 연영석 동지, 사회를 맡아준 문애린 동지, 인터넷 현장 중계팀, 영화 ‘태수’를 상영해주신 새봄프로젝트 이현규 감독님 등이 정태수 열사 20주기를 잘 치를 수 있도록 함께했다. 특히 무대 설치 등 모든 행사 장비를 제공해주신 음향자유 동지들께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고마움을 표한다. 멀리 대구에서 달려온 대구장차연 동지들을 비롯해 이날 추모제에 함께한 1백여 명의 활동가 동지들께도 고마움을 전한다.
‘살아남은 자, 조직하라!, 장애인 노동권 쟁취!’ 정태수 열사가 불꽃 같은 15년의 활동에서 늘 강조한 말이다. 열사를 박제화하지 않고 그의 정신이 투쟁의 현장에서 더 뿜뿜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열심히 투쟁하는 추모사업회가 되도록 더 힘차게 나아갈 것이다.
아, 올해 발간할 예정이던 정태수 열사 평전이 작가님의 사정으로 내년(2023년) 기일에 맞춰 나올 예정이다. 정태수 열사 평전에도 많은 관심 바란다^^
정태수 열사 20주기 추모제 기사 보기(비마이너)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28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