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 ‘비리·악행’ 보다 못해 행동 나선 사회복지사들
김빛이나 기자 (kshine09@newscj.com)
▲ 사회복지사들과 공공운수노동조합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복지현장의 노동인권침해 문제를 지적하며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후원금 강요, 지인 일감 몰아주기, 폭언·폭행 등 자행돼
“차마 외면하고 모른 척 할 수 없었다” 내부 고발 이어져
공공운수노조 ‘복지시설 특별조사, 내부고발자 보호’ 요청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사회복지 현장에서 발생하는 비리와 악행을 보다 못한 사회복지사들이 사회복지관에서의 비리와 인권침해 사례를 밝히며 정부에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사회복지사들과 공공운수노동조합 사회복지지부는 19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복지현장에서는 인권유린과 폭언·폭행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며 종교의 강요와 후원금 강요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사회복지시설에서는 사회복지관 관장이 명절 선물을 직원들에게 강요하거나 근무시간 중 음주를 하고 사적인 심부름을 시키는 등 악행을 일삼았다.
또 복지관에서는 후원금을 강요하거나 허위 봉사시간 입력 지시, 지인 일감 몰아주기, 폭언·폭행, 대체휴무와 연장근로 수당 불인정과 차별, 복지 예산 사적 이용, 채용 비리, 인권침해, 노동탄압 등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했다.
사회복지사들은 복지관에서 발생한 문제들을 폭로하며 ▲노동인권침해 사회복지시설과 법인에 대한 특별조사 ▲내부고발자 보호 대책 마련 ▲법인 운영에 관한 행정지침·처벌기준 강화 ▲사회복지노동자의 안전·노동권·인권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고 대책 마련 ▲사회복지시설 위탁운영 전면 재검토 등을 정부와 서울시에 요구했다.
기자회견에 나서기까지 많은 고민과 불안감이 있었다는 김기홍 마천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는 “더 이상 복지계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복지 예산 부정사용과 갑질 문화에 대해 차마 외면하고 모른 척 할 수 없었다”며 내부 고발을 이어갔다.
그는 “관장의 복지관 사유화를 통한 개인 업무 지시, 종교 강요, 보조금·후원금 부정사용, 횡령 의혹 속에 저와 동료직원들은 무너져 갔다”며 “유능하고 열정 넘쳤던 동료 사회복지사들이 떠나가는 모습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 중에서도 가장 제 마음을 아프게 했던 것은 이 모든 사실을 알면서도 복지관 이용자, 후원자, 봉사자 그리고 사회복지사를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현실을 숨기고 그저 거짓말 밖에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복지계 현실에 분하고 화가 난다고 했다.
그가 속한 마천종합사회복지관은 조계종사회복지재단에서 송파구청에 위탁을 받아 지난 2015년 1월 1일부터 운영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15년 1월 1일부터 현재까지 마천종합사회복지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김 사회복지사는 사회복지법인과 기관장 중심의 제왕적인 권력구조 안에서 관장이 악행을 저질렀을 때 그 누구도 관장을 견제할 수 없으며 이를 막을 시스템조차 구축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장과 법인에 대항하면 각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너무나 큰 부당한 처우가 내려지고 이 일들은 다른 사회복지기관에 공유된다”며 “사회복지계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다른 곳에서 사회복지사로서 재취업하기에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호소했다.
또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다면 그저 사회복지사로서 일하고 싶다면 이러한 수많은 부정부패에 동조하고 그저 눈 감고 모른 척 할 수밖에 없다”며 “고용 형태의 불안으로 인해 부당한 지시를 받아도 사회복지사는 윤리적인 선택을 내릴 수 없다”고 밝혔다.
▲ 사회복지사들과 공공운수노동조합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복지현장의 노동인권침해 문제를 지적하며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장애인 생활시설인 ‘루디아의 집’에서 지난 2009년부터 일하고 있는 김수진씨는 직접 기자회견에 나오진 못했지만 글을 통해 자신이 겪은 사회복지시설의 부정부패를 폭로했다.
김씨는 지난 2015년 4월 초과근무를 계산해달라는 건의와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해달라는 건의를 했다가 식당으로 근무지가 변경됐다. 이뿐 아니라 그는 조작된 인권침해 사안을 이유로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복직 이후에도 근무가 쉽지 않았다.
그는 집단따돌림과 근로감시, 근로조건 불평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김씨는 “루디아의 집에 근무하려면 말도 하지 말고 생각도 하지 말고 시키는 일만 하면 된다라는 식”이라며 “루디아의 집에서는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종사자에게는 자존감을 상실하게 하고 근로의욕을 떨어뜨리는 등 치졸한 방식을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김씨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0월 ‘루디아의 집’ 원장과 사무국장, 생활팀장 등이 사기와 감금 혐의를 받아 송파구청의 고소로 재판을 받고 있다. 원장은 책임을 지고 사직했으나 사무국장과 생활팀장은 계속해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동일한 근무지에서 근무하게 하는 것은 같은 근무지 종사자들과 이용자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업무 정지 등 즉각적이고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강상준 공공운수노종조합 사회복지지부 지부장은 “복지권은 헌법적 가치이고 국가가 앞장서서 책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현실은 국가가 하지 못해 사회복지 법인이나 기타 법인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법인이 산하 시설이나 복지기관에게 그 업무를 위임하면서 공공성이나 투명성이 보장되지 못한 채 국가의 복지권이 시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더 당혹스러운 것은 사회복지기관에서 비리와 공금횡령과 인권탄압, 노동권 탄압이 자행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결국 피해를 받는 것은 일반 시민과 그곳에서 일하는 종사들”이라고 말했다.
이날 사회복지사들과 공공운수노동조합 사회복지지부는 서울시 복지 관계자와 면담을 갖고 해결책 마련에 대한 의사를 전달했다.
한편 ‘루디아의 집’ 노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김씨의 발언에 대해 “재판이 진행 중인 것은 사실이지만 노조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김씨가 징계를 받은 이유는 인권침해는 아니다. 또 본인은 그렇게 느꼈을지 모르지만 집단따돌림도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 사회복지사들과 공공운수노동조합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복지현장의 노동인권침해 문제를 지적하며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출처: http://www.newscj.com/news/articleView.html?idxno=4505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