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

조회 수 14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코로나19 10개월, 나는 코로나가 아닌 마스크와 싸움 중

등록일: 2020124

글쓴이: 김상희

 

 

[칼럼] 김상희의 삐딱한 시선

 

 

  1.png

마스크 그림 아래에 코비드-19라고 쓰여 있다. 사진 언스플래시


-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코로나19 상황이 10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처음에는 금방 종식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집단 감염이 계속 이어지면서 주변에 누군가가 밀접 접촉자로 통보받았다는 말을 듣는 게 이제 낯설지 않다. 물론 아무리 자주 들어도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은 쿵! 내려앉는다. 어쩔 수 없이 조심조심 다니는 병원에서 확진자가 나왔다하면 동선이 겹치진 않았을까, 가슴 졸인다. 이러한 불안 속에서 지난 10개월을 보냈다. 마치 살얼음판 위에 올려져 있는 것처럼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혹시나 중증장애여성인 내가 밀접접촉자로 분리되어 격리되거나 코로나에 감염되어 모르는 사람들에게 돌봄을 받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두려운 마음을 수시로 떠올리며 오늘 하루도 무사히 넘어갔음에 안도한다.

그렇게 코로나19는 어느덧 나의 주변까지 파고들어 생활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었다. 부풀어 오를 대로 오른 풍선을 안고 있는 듯, 코로나 상황에서 10개월을 보내며 나는 새로운 불편함과도 마주해야 했다.

- 마스크 쓸 수도, 안 쓸 수도 없는 상황

나는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다. 폐활량 측정 검사를 하면 평균보다 현저히 낮아 호흡기 재활을 권유받곤 한다. 의사 말 안 듣기로는 으뜸이라 그런대로 숨 쉬며 살고 있지만, 큰 수술을 받은 뒤부터는 기관지도 약해져서 온도 변화에 따라 기침이 심해지곤 한다. 그래서 황사가 심한 날이나 바깥 온도가 차가울 때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함에도 숨쉬기 어렵다는 이유로 웬만해선 마스크 없이 생활해 왔다.

이런 나의 고집으로 무슨 일 있어도 마스크 쓰는 것만큼은 피하고 싶었으나, 코로나 상황에서는 마스크가 필수용품이자 최선의 감염 예방 수단이 되면서 스스로 마스크를 구입하는 일까지 겪었다. 이젠 마스크를 쓰고 싶지 않아도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수개월 전까지만 해도 상황이 좋아질 거라고, 숨쉬기 불편해도 조금만 참으면 곧 괜찮아질 거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었다.

그러나 한 달이 가고, 두 달이 지나 대규모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나의 최면이 부질없는 짓이라는 걸 깨달았다. 마스크가 일상용품이 되어가며 마스크 대란현상까지 벌어지면서 사람들의 불만과 호소가 끊이지 않는다. 이 대란 속에서 나는 다른 불편함과 싸워야 했다. 그리고 마스크를 사용할수록 어려움은 늘어만 갔다. 게다가 남들이 모르는 보이지 않은 노동까지 추가되면서.

- 승부가 없는 마스크와의 싸움

현재 나는 온갖 종류의 마스크를 구입하고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첫째, 숨쉬기가 조금이라도 편하고 안전성이 확보된 마스크를 찾기 위해서다. 숨쉬기 편하면 안전성이 떨어져서 코로나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안전성이 높으면 숨쉬기가 힘들다. 두 번째는 마스크를 쓴 이후로 사람들이 내 말을 더 알아듣기 어려워져서 특수 마스크를 찾기 위함이다. 발음이 정확하지 못해도 입 모양 보고 알아듣는 경우도 많았는데 마스크 때문에 입 모양도 볼 수 없고 발음도 묻혀서 언어장애를 가진 나는 마스크가 의사소통의 답답함마저 안겨 주었다. 그리고 세 번째, 뇌병변장애로 안면 마비가 있어서 얼굴을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마스크가 코에 붙어있지 않고 줄줄 흘러내리기 일쑤이다. 활동지원사가 단 1분도 놓치지 않고 내 얼굴만 보고 있지 않은 이상 실시간으로 흘러내리는 마스크를 내 손으로 올릴 수밖에 없다.

손 사용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마스크를 스스로 올리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손 사용에 불편함이 없는 이들에게는 자연스럽게 행해지는 동작이겠지만, 나는 머리를 숙여 힘이 빠져가는 손을 사용하여 간신히 올려야 한다. 온 힘을 다해 힘들게 올리면 잠시 내 코에 걸쳐 있다가 다시 줄줄 내려간다. 이 동작을 계속하다 보면 남에게 보이지 않은 혼자만의 노동이 되고, 승부가 나지 않은 마스크와의 싸움이 된다. 도대체 이 싸움을 언제까지 해야 할까.
 
   2.png

 

   
코로나19를 상징하는 마스크, 코로나바이러스, 의약품, 두루마리 휴지, 장갑 등의 아이콘이 그려져 있다. 사진 픽사베이
 
 
- 나에게 맞는 마스크를 찾을 수 있을까?

며칠 전에 혼자 지하철을 탔는데 마스크가 벗겨졌다. 마스크 끈이 한쪽 귀에서 빠진 것이다. 애석하게도 마스크 끈을 혼자서 귀에 걸지 못한다. 그런데 마스크가 벗겨지다니!! 큰일 났다 싶었다. 일단 지하철에서 내렸다. 바로 탐색에 들어갔다. 마스크 착용을 부탁할 사람을 매의 눈으로 찾았다. 선해 보이는 중년 여성분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죄송한데요, 마스크 좀 씌워 주세요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가버리는 것이다. 마스크가 벗겨지는 일은 그동안 가끔 겪었던 일이고 그동안 사람들이 잘 도와줬던 경험이 있는지라 거절당할지는 생각도 못 했다. 그저 내 언어장애 때문에 말을 잘 못 알아들어서 피한 것이라 생각하고 다시 그분께 또박또박 말했다. 그랬더니 혐오의 눈길로 손사래 치며 저리 가라고 하는 것이다.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마스크를 빨리 써야 하므로 바로 다른 여성에게 부탁했고 군말 없이 씌워주었다. 마스크를 쓰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분은 마스크조차 혼자 쓸 수 없는 사람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었을까. 아니면 나와의 접촉이 감염의 우려가 있어서 거절했던 것인가. 이날 이후로 해당 제품의 마스크를 쓰면 절대 혼자 다니지 않게 되었다. 해당 제품의 마스크는 아직도 집에 쌓여 있다. 택배비 아낀다고 대량 구매한 탓에 소진의 날만 기다리며 울며 겨자 먹기로 쓰고 있다.

이런 불편함을 겪으면서 나는 조금이라도 개선하고자 마스크를 종류별로 사 모으고 있다. 의료비에 이어서 생각지도 못한 지출이 늘어난 셈이다. 지출의 부담을 느끼며 돈은 돈대로 썼지만, 아직도 나에게 맞는 마스크를 찾지 못했다. 심지어 집 한쪽 벽면이 마스크 전시장이 되었음에도 나는 새로운 종류의 마스크를 보면 구입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습관처럼 고민하고 있다.

- ‘재앙 속 재앙을 겪는 사람들

요즘 나는 사람들 얼굴을 보고 있으면 마스크 때문에 불편한 이들은 없는지 살펴보게 되었다. 여러 질환으로 마스크를 쓰는 게 코로나 감염되는 것보다 더 위험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나와 다른 장애 유형을 가진 이들 중에도 말 못 할 어려움이 하나씩은 있으리라 생각한다. 장애상 침이 고여서 자주 흘러나올 수밖에 없는 장애인들은 마스크 쓰는 게 엄청난 곤혹일 것이다. 나 역시 말하다 보면 침을 자주 흘리는데 그때마다 마스크에 묻어나는 침 때문에 마스크값은 부담되지만, 하루의 한 번씩 교체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모든 일상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감염의 두려움을 넘어서 다른 두려움과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 이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걱정되고 궁금하다. 이러한 재앙 같은 상황이 그들 혹은 나에게는 재앙 속의 재앙이다.

앞으로 코로나가 종식된다 해도 또 다른 감염병이 몰려올 수 있다고 한다. 그때에는 또 어떤 상상치도 못한 불편함과 어려움이 함께할까. 그리고 과연 어떤 준비와 고민이 필요할까. 예측불가능한 미래가 더 복잡해졌다.

 

 


* 필자 소개 _ 김상희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출처 : 비마이너(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0395)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76 뉴스기사 나의 멋진 엄마가 감옥에 갔다, ‘저항’이라고 했다 file 이음센터 2021.03.25 165
175 뉴스기사 [번역] 임신중지와 장애: 교차적 인권 기반 접근을 향하여 [번역] 임신중지와 장애: 교차적 인권 기반 접근을 향하여 등록일: 2020년 12월 21일 김보영 기자 [기획연재] 장애, 성을 밝히고 재생산에 올라타다 [공동기획] ... 이음센터 2021.03.24 173
174 뉴스기사 ‘모든 장애인은 시험응시할 수 없다’는 한국애견협회 file 이음센터 2021.03.24 173
173 뉴스기사 자매끼리 다툰다는 이유로 ‘시설 재입소’ 결정한 포항시 file 이음센터 2021.02.09 114
172 뉴스기사 신아원 농성장 정리… "더 강력한 탈시설지원법 제정 투쟁" 예고 file 이음센터 2021.02.09 180
171 뉴스기사 탈시설 농성장서 열린 시설희생자 추모제 "탈시설 세상 만들자" file 이음센터 2021.02.01 167
170 뉴스기사 탈시설장애인당 11명, ‘서울시장 후보’ 본격 선거유세 시작 file 이음센터 2021.01.28 174
169 뉴스기사 탈시설 장애인, 대구시가 고르겠다? file 이음센터 2021.01.26 119
168 뉴스기사 장애계, 신아재활원 긴급 탈시설 이행 촉구 천막농성 file 이음센터 2021.01.26 162
167 뉴스기사 장애계, ‘시설에서 죽어야 하는 사회’ 철폐하는 한 해 만들겠다 file 이음센터 2021.01.11 122
166 뉴스기사 한국 장애계, 유엔 특보에 ‘집단감염 신아원’ 긴급 진정 file 이음센터 2021.01.11 130
165 뉴스기사 서울시청 앞 45개 텐트, ‘집단감염’ 신아원 긴급 탈시설을 촉구하다 file 이음센터 2020.12.30 142
164 뉴스기사 서울시장 보궐선거 겨냥해 후보 11명 내는 ‘탈시설장애인당’ 창당 file 이음센터 2020.12.22 137
163 뉴스기사 탈시설,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일 file 이음센터 2020.12.17 197
162 뉴스기사 15년 탈시설운동의 성과, 국회의원 68명 공동발의로 ‘탈시설지원법안’ 발의 file 이음센터 2020.12.14 259
161 뉴스기사 인식의 영역까지 아우르는 보편적 디자인을 위하여 file 이음센터 2020.12.08 221
» 뉴스기사 코로나19 10개월, 나는 코로나가 아닌 마스크와 싸움 중 코로나19 10개월, 나는 코로나가 아닌 마스크와 싸움 중 등록일: 2020년 12월 4일 글쓴이: 김상희 [칼럼] 김상희의 삐딱한 시선 마스크 그림 아래에 코비드-19라... file 이음센터 2020.12.08 149
159 뉴스기사 놀이는 누구의 것인가 file 이음센터 2020.12.02 206
158 뉴스기사 ‘경사로 맛집’ 말고 ‘진짜 맛집’을 찾아 file 이음센터 2020.11.24 140
157 뉴스기사 젠더 관점 부족한 장애인운동, 동의하는 단 한 사람 file 이음센터 2020.11.20 14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