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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해방열사 44명이 바라던 세상, “우리가 만들겠다

 

 

등록일: 2021327

허현덕 기자

 

 

 

 

2021 장애해방열사 합동추모제 열려
장애인 이동권·노동권·생존권·인권 다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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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김영희 장애해방열사_단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최옥란 열사 기일인 326, ‘2021 장애해방열사 합동추모제가 열렸다. 최 열사는 노점상을 했던 빈민활동가이자 이동권 투쟁의 현장에 주도적으로 나섰던 장애여성 활동가였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기준과 쥐꼬리만 한 생계급여의 폐해를 누구보다 일찌감치 눈치채 제도 개선을 외쳤고,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외치며 2001년 시청역 선로를 점거했던 활동가다.

최 열사를 비롯한 44명의 장애해방열사들이 목숨 걸고 지키려고 했던 장애인의 이동권·노동권·생존권·인권은 나아졌을까. 이날 모인 활동가들은 입을 모아 여전히 멀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열사의 뜻을 따르겠다고 결의했다.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26일 오후 6시 세종시 보건복지부 앞에서 장애해방열사 합동추모제를 열고, 사회를 바꾸겠다는 열사의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추모제에는 김종환, 박준의 노래와 몸짓패 야수의 공연이 있었다. 지난 215일 세상을 떠난 고 백기완 선생의 추모 영상도 상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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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 노동가수가 추모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 20년 전 최옥란 열사가 섰던 자리, 장애여성 활동가가 잇는다

추모제가 열리기 전, 장애인활동가들은 오송역~세종시청을 잇는 B1노선에 저상버스 도입을 촉구하며 버스를 점거했다. 버스 밑으로 들어가 세종시장, 대전시장 면담을 촉구하던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대표의 모습은 20년 전 장애인이동권을 보장하라며 지하철 선로에 맨몸으로 섰던 최옥란 열사의 모습과 닮았다.

장애해방열사들이 목숨 걸고 했던 투쟁을 지금도 똑같이 해야 하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이렇게라도 싸우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네 시간 동안 버스 점거를 해야만 그제야 사회는 장애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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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1버스가 장애인을 버려둔 채 비장애인 승객만 싣고 떠나려고 하자, 이형숙 대표가 버스 차체 밑으로 기어들어가 출발을 저지시켰다. 사진 강혜민

 

 

박김영희 장애해방열사_단 대표는 오송역에 오니 대전에서 이동권 투쟁을 했던 조성배 동지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박김 대표는 당시 이 지역에서는 이동권에 대해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조성배 동지가 지역을 돌며 대전 시내에 전단지를 돌리면서 시민들에게 장애인 이동권이 무엇인지를 알렸다라며 조성배 동지가 죽고, 이 지역에서 이동권투쟁이 끝난 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 오송역에 전국 각지에서 활동가들이 모여 버스 3대를 점거하고 우리의 이동권을 요구했다. 조성배 동지가 투쟁했던 역사, 기억이 사라지지 않고 오늘 우리의 투쟁으로 이이졌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장애가 있어도 자유롭게 존중받으며 살 수 있는 세상이 우리가 바라는 세상이다라며 가수 지현의 노래 중에 돌아가지 않겠다라는 노래가 있다. 그 말처럼 오늘 우리의 투쟁은 투쟁하지 않는 삶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의미고, 투쟁하면서 살아갔던 열사의 죽음을 잊지 않고 이어가겠다는 다짐이다라고 말했다.

 

 

- 장애인이어서 노동할 수 없고, 노동을 할 수 없어서 가난했다

최정환 열사는 삼륜오토바이에 카세트테이프를 싣고 다니며 파는 노점상이었다. 그러나 구청의 노점상 단속으로 카세트테이프와 스피커를 빼앗겼다. 서초구청에 자신의 전 재산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돌아온 건 모욕적인 말뿐이었다. 절망한 그는 199538일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그는 “400만 장애인을 위해서라면 죽어도 좋다. 복수해 달라라는 유언을 남겼다.

추경진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 활동가는 최정환 열사는 장애인이었고, 먹고 살기 위해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노점상을 선택했다라며 그러다 강압적인 단속으로 절망해, 몸에 불을 사를 수밖에 없었다. 열사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생각하면 마음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많은 장애인이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여전히 노동을 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해 있다라며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지켜지지 않고, 장애인은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법으로도 정하고 있다. 장애인의 일자리는 복지의 영역에서만 맴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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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자에 장애해방열사 영정사진과 위패가 놓여있다. 그 뒤로 최명진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전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옆에는 수어통역사가 수어통역을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이덕인 열사는 아암도 노점상이었다. 이 열사는 199511, 당시 인천시와 연수구청의 노점 강제철거에 맞서 싸웠다. 천여 명의 경찰과 용역을 피해 망루에 올라간 지 나흘 만에 바다 위 변사체로 발견됐다. 이 열사는 발견될 당시 상의는 벗겨져 있었고 두 손은 밧줄에 감겨 있었다. 그런데 경찰 1,500여 명이 영안실 벽을 뚫고 난입해 열사의 시신을 탈취해 갔다. 강제부검 후 발표된 사인은 익사였다. 명백한 국가폭력살인이지만, 여전히 이 죽음은 의문사로 남아 있다. 최근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아래 과거사위)에 진상규명을 신청해, 진실을 밝히기 위한 활동을 재개해 나가고 있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이덕인 열사의 죽음은 지식인이 혁명을 시작할 순 있지만, 혁명의 완성은 민중이 한다던 박흥수 열사와 ‘400만 장애인을 위해서는 죽어도 좋다. 복수해달라던 최정환 열사의 죽음과도 연결돼 있다라며 장애인을 노동시장에서 배제하고 가난을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긴 채, 용역 깡패를 국가가 구입해 처리하는 현재와도 연결돼 있다라고 짚었다.

이어 최근 여의나루 노점상인은 하루 35000원을 벌어서, 노점상을 한다는 이유로 7만 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했다. 이들의 삶과 이덕인 열사의 죽음은 맞닿아 있다라며 의문사의 진실이 제2기 과거사위에서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 시설과 집에 처박힌 장애인 인권…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다르지 않다

코로나19에서 재난은 평등하지 않았다. 재난은 언제나 그랬듯이 취약한 사람들에게 더욱 가혹했다. 지난해 여러 명의 발달장애인 부모가 자녀를 죽이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막중했던 돌봄 책임이 코로나19로 더욱 가족에게 치중되었기 때문이다. 사회활동의 단절로 인한 고립도 영향을 미쳤다.

최명진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전지부장은 코로나19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갔다. 집 밖에 나설 수 없어서, 집 안에서 한숨과 절망을 감내하는 수밖에 없었다라며 어떤 부모는 가족지원센터에 전화해 60분간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하더니 그냥 끊었다. 그만큼 사회와의 연결이, 누군가와의 대화가 필요했던 것이었다. 전화를 끊고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나도 그렇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울먹였다.

이어 코로나19 이후에 우리보고 어떻게 지내느냐고 묻는다. 잘 지내지 못한다라며 여기에 서서 말하는 이유는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44명의 열사들이 바랬던 것처럼 모두가 배제되지 않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활동가로서 스피커 역할을 하며, 무겁지만 그 길을 한 발 한 발 내딛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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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선 장애여성공감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코로나19는 시설에 수용된 장애인의 인권침해를 여실히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서울시 송파구 사회복지법인 신아원 내 장애인거주시설 신아재활원에서는 114명의 거주인 중 56명이 집단감염됐다. , 지난해 10월에는 142명이 집단거주하고 있는 여주 라파엘의집에서도 거주인 24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최근에는 거주인 학대·폭행 문제도 밝혀졌다. 시설이 인권 사각지대라는 사실은 셀 수 없이 많다.  

진은선 장애여성공감 활동가는 시설은 관리하기 좋은 사람을 만들기 위해 거주인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주지 않았고, 외부와 관계를 맺는 것을 차단했다. 대부분의 거주인은 어린 시절부터 시설에서 시설로 돌아 40년이 넘는 시간동안 지역사회와 분리된 채 살아왔다라며 재난상황에서 더 취약하게 드러나는 시설의 구조적인 문제는 코로나 이전의 삶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인의 욕구를 드러낼수록 문제행동을 하는 거주인으로 낙인찍고, 단지 한글을 모른다는 이유로, 밥을 못한다는 이유로, 탈시설 의사를 의도적으로 제한시키고, 권리를 무력화했다. 시설은 거주인들이 관리가 보다 더 용이한 상태로 만들기 위해 장애 특성 역시 고려하지 않은 채 약물복용을 지속해왔다라며 이런 삶이 인권침해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박경석 최옥란열사추모사업회 회장은 그동안 열사들의 만남과 지금까지 만난 동지들과 함께 만들 세상을 위해, ‘장애인탈시설지원법장애인권리보장법제정을 위해 함께 싸우자고 외쳤다.

동지들 저는 만났습니다. 정태수, 박흥수 열사를 만나 장애해방 그날까지 함께하자고 결의했습니다. 태수와 흥수 형과의 만남이 나를 지금 이곳에 있게 했습니다. 2001년 지하철 선로에서 최옥란 열사를 만났습니다. 오늘이 바로 최 열사가 죽어간 날입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도 만났습니다. 이제 시혜와 동정으로 얼어붙은 동토에서 권리의 들판으로 세상을 공간이동 시킵시다. 그것은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장애인권리보장법입니다. 앞으로 보건복지부 장관, 국토교통부 장관, 고용노동부 장관을 직접 만나서 우리의 권리를 쟁취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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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환 씨가 장애해방열사의 얼굴이 새겨진 현수막을 향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 이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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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짓패 야수가 추모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출처: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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