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금천구, 5월 말경 행정처분… 시설 폐쇄 후 거주인 지원에 집중
장애계, ‘환영’… 공공 주도 ‘시설폐쇄’, ‘자립계획’ 시설범죄 대응의 기준 돼야
등록일: 2020년 6월 2일
지난 3월 서울시청 정문에서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비롯한 장애단체는 문제시설 루디아의집 시설거주인의 전원 탈시설지원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장애계는 루디아의집의 사회복지재단 선한목자재단의 설립 취소를 촉구했다. 사진 허현덕
반복적으로 거주인 학대가 발생한 장애인거주시설 ‘루디아의집’의 시설 폐쇄와 사회복지법인 선한목자재단의 법인설립허가 취소 행정명령이 내려졌다.
지난해 10월 루디아의집에서 거주인 학대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조사 결과, 7명의 종사자가 11명의 시설 거주인을 장기적·반복적으로 학대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3월 인권위는 서울시와 금천구에 시설 폐쇄와 법인설립허가 취소 권고를 내렸다. 그 결과 지난 5월 21일에 사회복지법인 선한목자재단 법인설립 취소 통보가, 같은 달 29일에는 시설 폐쇄 행정명령이 내려졌다.
시설 폐쇄 결정으로 시설 거주인에 대해 관련 지자체는 지원 계획을 반드시 세워야 한다. 루디아의집도 이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의무가 있다. 학대 사실이 밝혀진 당시 루디아의집에는 55명의 거주인이 있었으나, 이후 5명은 다른 시설로 전원하여 현재는 50명이 살고 있다. 이 중에는 학대 피해자도 일부 포함돼 있다. 이들은 부모의 반대로 시설을 떠날 수 없었다고 알려졌다.
이상윤 금천구 장애인복지팀장은 “시설 폐쇄 행정처분과 함께 거주인들에 대한 지원을 서울시와 장애인복지시설협회, 장애인단체 등 ‘이용인 지원 대책위원회’를 꾸려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미화 서울시 장애인거주시설팀 주무관은 “거주인과 보호자가 시설 폐쇄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폐쇄 시 설명회를 통해 지원 계획을 사전에 알려드렸고, 지속적으로 설득과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일부 무연고 거주인 중 욕구가 파악된 거주인에 대해서는 서울시 지원주택 입주를 추진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나머지 거주인도 장애유형 등을 고려한 면담을 통해 전원 또는 지역사회에서의 자립지원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반복적인 학대가 발생한 루디아의집 시설 폐쇄와 법인 취소를 줄곧 촉구했던 장애계는 ‘당연한 조치’라고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조아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그동안 시설범죄에 미온적으로 머물렀던 대처가 공공의 차원에서 시설 폐쇄가 이뤄지고, 탈시설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는 데 의미 있다”며 “앞으로의 시설범죄에 대한 지자체 대응의 전범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아울러 조 활동가는 “무엇보다 루디아의집 거주인들이 타시설로의 전원이 아니라 지역사회 기반 주거서비스인 지원주택, 자립생활주택에 입주해 개별서비스를 받으며 지역사회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충분한 주택물량과 서비스량을 늘리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거주인 가족들이 시설 폐쇄와 전원·자립생활을 반대하는데, 그동안 우리 사회가 가족에 대한 돌봄 책임을 전가한 탓”이라며 “장애당사자와 그 가족의 삶이 그들만의 몫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나누고 고민하고 있음을 이번 기회에 보다 적극적인 행정을 통해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루디아의집과 선한목자재단은 지자체의 행정명령에 대한 이의제기와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을 제기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또한 행정명령을 수리할 법인의 임시이사회가 언제 열릴지도 미지수다. 임시이사진이 선임된 이후에는 이사회가 한 번도 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법인 청산까지 많은 과제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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