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도 안되던 일자리마저 사라졌다"…오늘 장애인의 날
김정은 기자
등록일: 2021년 4월 20일
지난 19일 문래역 1번 출구 앞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노동권 보장을 위한 장애인들의 존엄한 시위` 후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모여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설명지난 19일 문래역 1번 출구 앞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노동권 보장을 위한 장애인들의 존엄한 시위` 후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모여 사진을 찍고 있다.
"장애인 인식 개선 강사나 인권 강사로 활동하시면서 생활비를 충당하는 장애인 강사분들이 계셨는데, 지금 그런 것들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강사 활동을 하던 장애 여성들은 지금 거의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백혜련 장애여성네트워크 대표의 말이다. 20일은 제41회 장애인의날이다. 장애인 인권단체들은 이날을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이라고 부른다.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오후4시 문래역 1번 출구 앞에서 장애인들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장애인들의 경제 생활이 더욱 어려워지면서 올해 집회에서는 노동권 보장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노동권 보장을 위한 장애인들의 존엄한 시위`에서 한 참가자가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노동하고 싶다"는 팻말을 들고 있다.
"코로나 여파…장애인 일자리 올스톱"
김성연 전국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작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 장애인을 찾는 곳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말했다. 백 대표도 "사실 장애인 일자리란 것이 간단한 아르바이트 부업 이었는데 이 역시 어려운 상태"라고 밝혔다.
장애인은 평시에도 차별을 받아왔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송이란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국장은 "보호라는 미명 아래 최저임금조차 못받는 일자리가 장애인들에게 적합한 것으로 여겨져왔다"며 구조적인 임금격차 문제를 제기했다. 다만 코로나 이후엔 최저임금도 못받는 일자리 역시도 구하기 힘들어졌다.
보건복지부가 20일 발표한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장애인이 받아들이는 자신의 경제적 계층 인식이 2년 전보다 낮아졌다.
자신을 경제적으로 `하층`이라고 인식하는 장애인은 지난해 69.4%로 2017년(61.5%)보다 약 8%포인트 높아졌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모두 포함한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스스로를 하층이라고 보는 비율인 39.1%와는 상당한 격차가 있다.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노동권 보장을 위한 장애인들의 존엄한 시위` 참가자들의 모습.
"오랜 세월 집에만 있다가 일 하니 보람되고 즐거워"
장애인 인권 단체들은 장애인의 노동권 보장을 위해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이고 세심한 정책이 더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서 만난 사람들 역시 작년부터 시행중인 서울형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이하 서울형)를 전국으로 넓히고 일자리수도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서울형이 그동안 비경제활동인구로 규정돼 노동권에서 배제돼 온 장애인의 노동권을 최초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장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형은 장애인 일자리 사업에서도 노동취약계층인 최중증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형은 지역사회와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주당 14~20시간 일한다. 장애 유형과 특성을 고려해 ▲장애인 권익옹호 ▲문화예술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 등 3개 분야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식이다. 정신장애를 갖고 있다고 밝힌 맹지영씨는 서울형 일자리 덕에 보람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김진석 씨도 "보람되고 즐거운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며 "서울형을 더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김정은 매경닷컴 기자 1derlan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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