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거주시설 별도의 코호트 격리 방안 마련 필요
보건복지부의 ‘장애인거주시설 코로나-19 관련 대응방안’에 대한 입장
“배제와 격리의 수용시설에 필요한 건 고립의 코호트 격리가 아니다.”
2020년 2월 24일 보건복지부는 장애인거주시설과 관련된 코로나19 관련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기본적인 예방조치로는 시설 내·외 출입 통제, 소독실시, 배식권장, 촉탁의 주 1회 이상 검진을 발표하였다.
문제는 감염자에 대한 격리 지침이다. 지역사회 접근성이 낮고, 무연고자가 다수인 시설 이용자의 특성을 고려할 때 자가 격리가 불가능 한 바 별도의 코호트 격리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국내 사망자 8명 중 6명은 경북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 입원자이다. 그뿐만 아니라 해당 병원에 입원한 환자 103명 중 10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한편, 오늘 경북도청은 칠곡에 위치한 장애인거주시설 ’밀알 사랑의집‘에서 22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예천의 장애인거주시설 ’극락마을‘에서도 확진판정을 받은 종사자 1명은 자가 격리 중이나, 발열 증상이 있는 다른 2명은 시설 내 격리 중이라고 발표했다.
이들 시설은 가장 적게는 장애인거주시설 입소장애인만 적게는 30명에서 많게는 52명, 정신병원 정신병동에는 102명이 수용되어있었다.
장애인거주시설은 2011년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되어 정원이 30인으로 제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정 이전에 설립된 시설에 대한 정부의 제한 조치는 없었으므로 현재까지도 30인 이상 대형시설은 319개에 달하며, 이곳에는 전체 시설거주인 중 절반이 넘는 19,000명가량이 집단적으로 수용되어 있다.
2017년 중증·정신장애인 시설생활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1인 1실이 지원되는 시설은 단 한곳도 없다. 장애인거주시설은 기본적으로 3명 이상이 생활하는데, 1개 생활실당 5명이 초과되어 생활하는 비율은 40%에 달한다. 정신장애인이 집단적으로 수용되어 있는 정신요양시설 역시 62.7%가 1개의 생활실에 6명 이상 거주하고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코호트 격리 조치는 사실상 죽음에 다름없다. 취약한 면역력을 가진 사람들, 사회와 철저히 격리된 폐쇄적인 공간에서 집단적으로 잠을 자고, 먹고, 생활실 내 이동 또한 극히 제한되는 현 시설의 구조에서 감염자가 발생한 해당 시설을 통째로 봉쇄한다는 건 치료 의지를 져버린다는 것과 다름없다.
국민으로서 마땅히 받아야 할 최선의 의료조치를 통해 일상으로의 회복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 이들을 분리해냄으로써 다시 한 번 비장애·비시설거주인의 사회를 견고하게 지켜가겠다는 것이다.
EU는 시설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거주인들이 광범위한 지역사회로부터 고립된 채 공동생활을 하도록 강요되는 곳 ▲거주인들이 자신에게 영향을 주는 결정과 자신의 삶에 대해 충분히 컨트롤 할 수 없는 곳 ▲조직 자체의 필요가 거주인들의 개인적인 필요보다 우선되는 곳.
이 정의에서 현재의 한국의 시설격리정책과 장애인거주시설에 대한 코로나19 대응 방안은 전혀 괴리가 없다. 이들은 보호와 안전을 이유로 일상의 통제권을 모두 박탈당한 채 시설에 집단적으로 수용되었지만, 지금과 같이 집단감염과 집단사망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보호와 안전을 이유로 의료권에서의 배제와 차별을 낳고 있다.
수십 년간 사회로부터 배제·분리되어 시설에 수용되어온 사람들에게 필요한 감염대책은 또 다시 고립되는 코호트 격리가 아니다. 시설장애인 역시 감염되었을 경우 시설 자체를 봉쇄하는 게 아니라 필요한 의료조치가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격리를 위한 격리가 아니라, 의료적 호전이 보장되는 체계가 구체적으로 전제된 격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또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집단으로 수용하여 집단 감염과 사망에 이르게 한 시설정책과 그에 더해 시설 봉쇄를 대안방안으로 내놓은 정책 입안자들을 규탄한다.
정부는 누구도 갇혀있지 않은 사회, 지역사회의 통합된 환경에서 살아가며 일상의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사회를 위해 탈시설, 탈원화 정책을 마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