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

조회 수 23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코로나19 확산지 대구, 정부 공백 메꾸는 장애인 활동가들

 

 

생필품 후원 관리부터 배달까지... 기존 업무 마비

주말 방문순회 이면에는 부족한 활동지원시간 문제도

 

 

등록일 [ 202003101910]

 

 

 

 

대구에서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 확진자가 전체 확진자의 75.4%에 육박(10일 기준, 5,663)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에 대한 대책은 전무한 상황이라, 보건당국의 역할을 장애인 단체가 대신 하고 있다. 장애인지역공동체(아래 장지공)를 비롯한 대구 장애인 활동가 60여 명은 대구 전역 코로나 문제에 대응하느라 기존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그 숨 가쁜 현장을 지난 6, 7일 이틀간 동행했다.

 

1583819719_64738.jpg

양제희 질라라비야학 담당자가 6일 자립생활주택 이용자에게 보낼 식품을 상자에 정리하고 있다. 오전 11시 회의를 진행하는 동안 양 담당자는 사회복무요원과 함께 물품을 정리했다. 사진 박승원

 

 

차르르르르륵차르르르르륵…….”

 

휠체어 탑승장치가 있는 특장차량이 대구 지역 장애인 가구에 보낼 식품을 싣고 이동하던 중이었다. 대구 동구의 어느 가파른 오르막길에서 바퀴가 헛돌기 시작했다. 운전대를 잡은 황보경 질라라비장애인야학(아래 질라라비야학) 사무국장은 침착하게 차를 뒤로 빼더니 크게 원을 그리며 그 자리에서 빠져나왔다.

황 사무국장과 21조로 식품배달을 하던 이강우 질라라비야학 팀장은 물품 배달을 하다 보면 장애인이 사는 곳은 교통이 좋지 않거나, 주차할 곳이 없거나, 더러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경우가 있다라면서 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계층인 장애인에게 정부가 코로나19 안전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는 것은 유감이다라고 전했다.

 

 1583819970_92699.jpg

장애인지역공동체 활동가들이 모두 마스크를 쓴 채 코로나19에 대응하는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회의실 앞 모니터에는 코로나19 현황이 있다. 이들은 매일 아침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 상황 등을 살펴본 뒤 그날 일정을 그때그때 짜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환 여기서함께센터 센터장, 황보경 질라라비야학 사무국장, 박지후 활동지원사업팀 코디네이터, 권미경 활동지원사업팀 코디네이터, 권수진 다릿돌자립생활센터 활동가. 사진 박승원

 

 

- 혼자 있는 장애인에게 생쌀과 배추 보낸 정부발 벗고 나선 시민과 활동가

 

코로나19가 대구에 본격적으로 확산되던 지난달 18, 장지공은 SNS에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긴급요청하는 글을 올렸다. 이에 시민과 기업은 십시일반으로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보내기 시작했다. 기업에서 받은 물품의 경우, 인증사진을 꼭 찍어서 보내야 하는데 양식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어 까다로웠다.

 

같은 달 23일에는 장애인 활동지원사 가운데 첫 확진자가 나왔고, 28일에는 자립생활주택 장애인 이용자 가운데 첫 확진자가 나왔다. 자가격리자들을 위한 시민들의 식품 후원이 이어졌다. 그러는 동안 대구 남구청은 생활지원인 없이 홀로 자가격리된 장애인들에게 혼자서는 조리할 수 없는 생쌀과 배추를 보내기도 해 논란이 되었다.

 

조민제 장지공 사무국장은 “SNS에 후원 요청을 한 뒤로 관보다 시민과 기업에서 4~5배 넘는 물품을 보내주고 계신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라면서 특히 시민들은 자신이 쓸 것도 모자랄 텐데 조금씩 보태서 후원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시민과 헌신하는 활동가 미담으로 그칠 게 아니라 정부가 나서야 할 문제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1583832588_87160.jpg

6일 들어온 후원물품을 검수하는 발달사업팀 활동가들. 이날 손 소독제 1,300, 마스크 100, 비누 495, 컵밥 119, 즉석식품 90개가 들어왔다. 왼쪽부터 박정민 발달사업담당자, 박민주 발달사업팀 직무지도원. 사진 박승원

 

 

1583819764_68903.jpg

발달사업팀 활동가들이 6일 들어온 후원물품을 검수한 뒤 손 세정제를 손에 들고 인증사진을 찍고 있다. 특히, 기업에서 받은 물품은 인증사진 양식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어 좀 더 신경을 써서 찍어야 했다. 왼쪽부터 김영주 발달사업팀 직무지도원, 박민주 발달사업팀 직무지도원, 박정민 발달사업담당자다. 사진 박승원

 

- 생필품 후원 관리부터 배달까지, 장애인 단체가 감당하는 현실

 

어느 날부터 장지공 활동가들의 하루 시작은 급변하는 코로나19 상황에 대처하는 회의로 시작하게 되었다. 6() 오전 11시 회의에서는 이날 식품배달을 활동가 5명이 두 개 조로 나눠 장애인 가구 15곳에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그중 한 개 조는 황 사무국장과 이 팀장이 맡아 동구(6), 북구(1), 서구(1) 순으로 총 8가구를 돌았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이라 금··3일 치 분량이 종이상자에 담겼다. 장애가 있어 직접 조리할 수 없는 자가격리자에겐 즉석식품이나 간편식이 필요하다. 이런 음식은 유통기한이 짧아 수시로 배달에 나서야 하는데, 문제는 업무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특히 김밥, 빵 같은 음식이 후원으로 들어오는 날에는 그날 바로 배달에 나서야 한다. 배달할 때는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대면 접촉은 하지 않고 있어, 당사자에게 연락한 뒤 문 앞에 두고 간다.

 

코로나19 사태로 물품 취합, 관리, 배달 업무 총괄을 맡은 황 사무국장은 본업인 야학 업무를 전혀 하지 못해 걱정이 크다. 그는 코로나19로 야학도 220일부터 320일까지 휴교를 결정했다라면서 그사이에 수업 준비뿐 아니라 올해 관련 사업 준비를 해야 하는데 사실상 손도 못 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배달업무를 마칠 즈음 시계 침은 오후 다섯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1583817809_11616.jpg

황보경 질라라비야학 사무국장이 배달할 식품을 특장차에 싣고 운전대를 잡았다. 백미러에 황 사무국장이 비친 모습. 사진 박승원

 

 

 

1583819792_73712.jpg

이강우 질라라비야학 팀장이 식품을 들고 자립생활주택에 배달하는 모습. 대면접촉을 하지 않고 있어, 당사자에게 연락한 뒤 배달식품은 문 앞에 두고 갔다. 사진 박승원

 

 

- 주말에도 쉴 틈 없는 활동가들, 자립주택 순회 이면에는 활동지원 공백 있어

 

이튿날 7일 아침 9시 반, 토요일에도 장지공 사무실에는 다시 형광등이 켜졌다. 외출을 자제하고 있는 자립생활주택 장애인 이용자들의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기 위해서다. 대부분 발달장애인이어서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으려면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 왜 당분간 외출을 자제해야 하는지도 계속 상기시켜야 한다.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아래 다릿돌센터)에서 관리하는 자립생활주택은 9가구로 총 15명이 산다. 그 가운데 한 명은 확진 판정을 받고 229일 상주적십자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로 인해 현재 14명이 자립주택에 있으나 그중 한 명은 확진자와 함께 살았던 사람이어서 자가격리 중이다. 발달장애인은 생활지원이 필요해 홀로 자가격리가 어렵지만 이를 위한 정부 대책은 현재 부재하다. 이 때문에 비장애인 활동가 한 명이 동행격리를 자처했다.

 

1583818730_88002.jpg

 

7, 노진영 활동가가 출근하자마자 선별진료소에 연락했다. 자립생활주택 입주자 가운데 한 분이 아직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진 박승원

 

 

1583818591_25699.jpg

순회방문을 하는 다릿돌센터 활동가가 어느 자립생활주택 1층에서 활동지원사를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효림 다릿돌센터 활동가, 노진영 다릿돌센터 활동가. 사진 박승원

 

 

추적추적 아침부터 비가 내렸지만, 그렇다고 순회를 미룰 수는 없었다. 토요일 당직으로 나온 다릿돌센터 노진영·이효림 활동가는 이날 일곱 가구를 방문했다. 이들은 각 가정을 돌며 자립생활주택마다 마련한 체온계로 발열 체크를 했다. 가정마다 들어갔다 나오는데 평균 30~45분가량이 걸렸다. 청소뿐 아니라 밥상을 차리고 설거지까지 해야 했기 때문이다. 활동지원사가 없는 날에는 가사지원도 활동가가 대신 메꿔야 한다.

 

노진영 활동가는 자립생활주택 입주자 대부분 발달장애인이어서 하루 활동지원 시간이 3~4시간꼴이다. 그동안 활동지원이 비는 시간에 당사자분들은 야학에 오거나 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식으로 시간을 보냈다라면서 하지만 지금과 같은 재난상황에서 자가격리와 다름없는 생활을 하다 보니 활동지원사 없는 공백이 더 크게 다가오고 있다라고 전했다.

 

활동가들은 열 시부터 시작해 점심시간까지 네 가구를 돌았다. 점심을 먹으러 사무실로 돌아가려던 찰나 연락이 왔다. 자가격리 중인 발달장애인의 양말이 다 떨어졌다는 소식이었다. 이들은 차에 준비해둔 검은 봉지에 양말을 챙기고 바로 발걸음을 옮겼다.

 

짬을 내서 점심을 먹기도 쉽지 않았다. 코로나19 여파로 식당 문을 닫은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은 사무실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워야 했다. 그리고 자립생활주택 이용자에게 선물로 받은 사과 두 개를 몇 조각 입에 털어 넣고는 다시 순회 방문을 하러 문밖을 나섰다.

 

1583819099_94587.jpg

다릿돌센터 이효림·노진영 활동가가 다시 찾아간 어느 자립생활주택 엘리베이터에 오른 모습. 노 활동가 손에는 양말이 담긴 검은 봉지가 들려있고, 이 활동가는 그런 노 활동가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 박승원

 

 

 

 

출처: http://beminor.com/detail.php?number=14450&thread=04r03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6 뉴스기사 장애인들의 삶, 언제쯤 나아지나… 정치권에 21대 입법과제 재촉구 file 이음센터 2020.03.28 183
35 뉴스기사 코로나19 대응책이 ‘장애인거주시설 1인1실’로 리모델링? file 이음센터 2020.03.26 245
34 뉴스기사 서울시, ‘시설단위 장애인 탈시설 모델’ 개발 나선다 file 이음센터 2020.03.24 222
33 뉴스기사 "아이도 함께 확진되게 해주세요" 발달장애인 엄마의 기도 "아이도 함께 확진되게 해주세요" 발달 장애인 엄마의 기도 박동해 2020.03.24. "사실 제가 기도를 드렸어요. 차라리 걸릴 거라면 전부 다 걸리게 해달라고요." ... 이음센터 2020.03.24 283
32 뉴스기사 [시선]코호트 격리와 ‘이미’ file 이음센터 2020.03.23 210
31 뉴스기사 중증장애인, 활동지원사 없이 홀로 버틴 11일의 자가격리 중증장애인, 활동지원사 없이 홀로 버틴 11일의 자가격리 제대로 씻지도, 먹지도 못한 채 한쪽 팔로 겨우 생활 자가격리가 끝나도 여전히 불안정한 일상 등록일 ... 이음센터 2020.03.21 231
30 뉴스기사 장애계, 탈시설-자립생활 설립 취지 망각한 시설장 규탄 장애계, 탈시설-자립생활 설립 취지 망각한 시설장 규탄 거주인 탈시설 길 열리자 시설장이 탈시설-자립생활 방해 탈시설-자립생활 보장, 담당 사회복지사 업무 ... 이음센터 2020.03.21 262
29 뉴스기사 제주서 발달장애 아들과 어머니 숨진채 발견 제주서 발달장애 아들과 어머니 숨진채 발견 연합뉴스 기사전송 2020-03-18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고등학생과 그를 돌보던 어머... 이음센터 2020.03.18 306
28 뉴스기사 금천구청장 “루디아의집 3월 내로 시설폐쇄 예고 통보” 장애계와 약속 장애계, 금천구에 “소극적인 입장 버리고 적극적인 행정처분 나서라” 촉구 금천구청장 “루디아의집 3월 내로 시설폐쇄 예고 통보” 장애계와 약속 장애계, 금천구에 “소극적인 입장 버리고 적극적인 행정처분 나서라&rdq... 이음센터 2020.03.18 245
27 뉴스기사 '배리어 프리' 장애인 차별 없는 복지국가 독일의 오늘 '배리어 프리' 장애인 차별 없는 복지국가 독일의 오늘 [복지국가SOCIETY] 우리나라 장애인 이동권 현실과 독일 사례가 주는 교훈 이주영 복지국가소사이... 이음센터 2020.03.16 1320
26 뉴스기사 독일 정신지체 장애인들의 성인교육 역사 독일 정신지체 장애인들의 성인교육 역사 약 30년 전부터 시작된 독일의 정신지체 장애인을 위한 성인교육의 역사를 놓고 특수교육계 학자들은 뒤늦게 시작되었다... 이음센터 2020.03.14 477
25 뉴스기사 독일 장애인 공동체 베텔(Bethel) 독일 장애인 공동체 베텔(Bethel) 독일 베텔 독일 중부의 빌레펠트(Bielefeld) 시에 있는 베텔(Bethel) 공동체는 하나의 도시와 같은 곳이다. 이 공동체는 1867년... 이음센터 2020.03.14 855
24 뉴스기사 학습 장애: '고립되어 사각지대에 있는' 학습 장애 청소년들 학습 장애: '고립되어 사각지대에 있는' 학습 장애 청소년들 인디아 폴록크 BBC 웨일스 2018년 7월 11일 공유 Facebook 공유 Twitter 공유 Kakao story ... 이음센터 2020.03.12 206
» 뉴스기사 코로나19 확산지 대구, 정부 공백 메꾸는 장애인 활동가들 코로나19 확산지 대구, 정부 공백 메꾸는 장애인 활동가들 생필품 후원 관리부터 배달까지... 기존 업무 마비 주말 방문순회 이면에는 부족한 활동지원시간 문제... 이음센터 2020.03.12 236
22 뉴스기사 카드론 대출받아 활동지원 시간 메꾸는데… 재심사 결과 ‘시간 삭감’ 카드론 대출받아 활동지원 시간 메꾸는데… 재심사 결과 ‘시간 삭감’ “내 장애는 그대론데 왜 활동지원 시간은 깎이는 거죠?” 중... 이음센터 2020.03.09 290
21 뉴스기사 특별한 발렛 그룹 특별한 발렛 그룹 Ines Kaffka (인네스 카프카) 2020.01.29. 특별한 발레그룹 로미오가 되는 것!! 쿠바에서 온 27세의 오나위(Onay)는 다운증후군 장애을 갖고 있... 이음센터 2020.03.07 390
20 뉴스기사 복지관 ‘비리·악행’ 보다 못해 행동 나선 사회복지사들 복지관 ‘비리·악행’ 보다 못해 행동 나선 사회복지사들 김빛이나 기자 (kshine09@newscj.com) ▲ 사회복지사들과 공공운수노동조합이 19일 오... 이음센터 2020.03.05 694
19 뉴스기사 서울시, 반복적인 인권침해 발생한 장애인거주시설 ‘폐쇄’ 결정 서울시, 반복적인 인권침해 발생한 장애인거주시설 ‘폐쇄’ 결정 서울시, 문제시설 폐쇄하고 법인 설립 취소 예고 피해자 11명 중 다른 시설로 6명 전... 이음센터 2020.03.05 246
18 뉴스기사 바이러스는 어떻게 질병이 되는가 바이러스는 어떻게 질병이 되는가 [칼럼] 안희제의 말 많은 경계인 등록일 [ 2020년03월03일 11시54분 ] 코로나바이러스-19 ⓒ픽사베이 코로나바이러스-19(아래 ... 이음센터 2020.03.04 254
17 뉴스기사 우려가 현실로… 대구 ‘장애인 확진자’ 발생, 병상 없어 ‘자택 자가격리’ 통보 우려가 현실로… 대구 ‘장애인 확진자’ 발생, 병상 없어 ‘자택 자가격리’ 통보 정부·대구시 ‘무대책’에 비장... 이음센터 2020.03.02 24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