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시설 장애인, 대구시가 고르겠다?
이가연 기자
등록일: 2021년 1월 25일
‘탈시설 희망 장애인, 선정 심의하고 우선순위 정하겠다’ 계획에 추가
장애인이 탈시설 필요·희망하더라도 대구시가 거부할 수 있어
장애계 “탈시설은 ‘가석방’ 아냐… 계획 즉각 철회해야” 규탄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가 2021년 장애인 생존권 예산 확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2020년 9월 25일 오전 10시 30분, 대구시청 앞에서 열고 있다. 사진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구시가 제2차 탈시설추진계획에서 탈시설 희망자에 대한 대상자 선정을 심의하고, 우선순위를 정하겠다고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대로라면 장애인이 탈시설을 희망하거나 필요한 상황이더라도, 대구시가 제한하거나 거부할 수 있어 인권침해가 우려된다.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아래 대구420연대)등에 따르면 최근 대구시는 제2차 탈시설추진계획의 최종 수립·결재과정에서 탈시설을 희망하거나 필요로 하는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탈시설을 보장할 것인지를 두고 ‘선정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또한 세부 추진계획을 통해 ‘우선순위’를 설정하겠다는 문구를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르면 장애인이 탈시설이 필요하거나 희망하더라도, 예산을 이유로 대구시 탈시설 자립지원 협의체가 이를 제한·유예·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기존 민관협의체에서 전혀 논의되지 않았던 내용이다. 대구420연대는 “이는 대구시가 제2차 탈시설추진계획 수립을 위해 2019년 7월부터 운영한 제1차 장애인 자립지원 협의체 및 실무협의체에서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던 사안”이라며 “지난 1년 6개월 동안 운영된 민관협력 위원회의 논의 결과를 반영한 최종안에 작년 12월까지 포함되어 있지 않다가, 최종 시장 결재과정에서 갑자기 추가된 항목”이라고 밝혔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과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의 탈시설 정책에 관한 권고에 따르면 탈시설은 ‘장애유형과 장애정도와 관계없이 보장되어야 할 권리’임을 강조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코로나19 감염병 상황에서 집단수용시설의 집단감염 위험성이 드러났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구시가 탈시설 권리를 취사선택하고 있다는 것이 장애계의 지적이다.
대구420연대는 “긴급하고 근본적인 대책으로서 탈시설 정책의 가속화와 강화를 요구하고 있음에도, 오히려 대구시는 ‘가석방 제도’와 같이 예산을 핑계로 탈시설을 보장할 사람과 보장하지 않을 사람을 취사선택해 구분하고 행정적으로 분류하려는 발상을 드러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대구시는 지난 2019년 대구시립희망원 시설폐지 과정을 통해 의사결정이 어려운 최중증장애인의 탈시설을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대구420연대는 “이번 시도는 대구시의 선도적인 선례를 오히려 후퇴시키는 것”이라며, 대구시에 ‘탈시설의 권리적 성격을 부정’하는 대상자 선정 심사 및 우선순위 설정에 대한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했다.
한편, 대구420연대는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권영진 대구시장 후보와 장애인 탈시설 권리보장을 위한 정책공약 협약을 맺었다. 이에 대구시는 공약사항의 일환으로 2015년 제1차 탈시설추진계획을 수립해 추진했으며, 2017년에는 탈시설 자립지원 관련 전담팀을 구성했다. 올해에는 2018년 제1차 탈시설추진계획이 종료된 지 2년 만에 제2차 탈시설추진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출처: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06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