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시설 농성장서 열린 시설희생자 추모제…
“탈시설 세상 만들자”
허민지 기자
등록일: 2021년 1월 28일
신아원 농성장서 원주귀래사랑의집‧인천해바라기 희생자 추모제 거행
탈시설당사자 증언 “끝내 살아서 탈시설 세상 만들겠다”
광화문 해치마당에 있는 신아원 긴급탈시설 농성장 앞에서 장애인수용시설 희생자 합동추모제가 진행됐다. 사진 하민지
장애인거주시설에 갇혀 살다 사망한 이들을 위한 합동추모제가 열렸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등 5개 장애인권단체는 27일 오후 4시,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추모제를 열고 원주귀래사랑의집, 인천해바라기시설에서 거주하다 사망한 이들을 추모했다.
원주귀래사랑의집 사건은 2012년에 세상에 알려졌다. 장 아무개 씨는 불법 미신고시설을 운영하며 장애인 21명을 자신의 친자로 등록하고 기초생활수급비, 후원금 등을 착복했다.
그러나 당시 사건이 드러났을 때 시설에는 장애인 네 명밖에 없었으며, 친자로 등록되어 있던 고 이광동·장성희 씨는 사망신고가 되지 않고 장례식도 치러지지 않은 채 병원 영안실에 10여 년간 방치돼 있었다. 또한 원주귀래사랑의집에서 발견된 고 장성아 씨는 구출 직후 직장암 말기인 것이 확인되어 지역사회에서 살기 시작한 지 반년만에 사망했다. 장 씨는 사체유기 등으로 3년 6월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현재는 만기 출소한 상태다.
2014년 12월 25일, 인천해바라기에 거주하던 이 아무개 씨가 의식불명의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온몸에 피멍이 가득했던 이 씨는 약 한 달 만에 사망했다.
이후 CCTV를 통해 인천해바라기 거주인에 대한 폭행이 빈번하게 일어났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씨가 병원으로 이송되기 두 달 전, 고 나범호 씨가 생활교사의 폭력으로 사망했다는 게 밝혀지기도 했다. 생활교사에 대한 재판은 진행됐지만 이 씨의 의문사 진상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 “탈시설이 장애인 복지의 시작”
임수철 인천장차연 공동대표가 추모제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임수철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인천장차연) 공동대표는 인천해바라기에서 병원으로 이송된 이 씨를 떠올리며 추모발언을 시작했다. 임 공동대표는 “2014년 크리스마스였다. 모두가 축복을 나누는 따뜻한 날에 떨리는 목소리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이 씨의 부모였다. 이 씨가 맞아서 의식을 잃고 병원에 있다고 했다. 엄청난 충격과 슬픔이 몰려왔다”고 말했다.
임 공동대표는 “인천장차연은 즉시 대책위를 구성하고 피해자 지원과 문제해결에 나섰지만 그 과정에서 인천시와 시설 가해자는 파렴치한 모습만 보여줬다. 결국 35일 투병 끝에 이 씨는 사망했다. 잊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죽게 두지 않을 것이다. 이 땅에서 다시는 시설이란 이름의 가식이 없도록 같이 투쟁해 나가자”라고 덧붙였다.
김진석 탈시설장애인당 서울시장 후보는 시설에서 죽음을 맞이한 동료를 떠올리며 추모발언을 이어갔다. 사진 하민지
김진석 탈시설장애인당 서울시장 후보는 2015년 3월에 탈시설해서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탈시설장애인이다. 김 후보는 시설에서 살 때 같은 방 친구의 죽음을 목격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친구가 갑자기 죽는 걸 보고 허탈함과 우울함을 느꼈다. ‘나도 언젠가는 시설에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겠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했다.
김 후보는 “영정 앞에서 다시 다짐한다. 살아서, 또 살아서, 끝끝내 살아내서 전국에 존재하는 장애인거주시설을 모두 폐쇄하겠다고,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시설에서 죽임을 당하고 존재조차 없는 사람이 되게 하지 않겠다고, 지금 시설에 있는 모든 사람이 지역사회에서 자신의 삶을 누릴 수 있게 ‘탈시설 세상’을 만들겠다”라고 다짐했다.
시설폭력으로 사망한 피해자를 기리는 추모제가 열린 광화문 해치마당에는 신아재활원 긴급탈시설 이행을 촉구하는 천막농성장이 세워져 있다. 27일을 기준으로 29일째 농성 중이다.
사회복지법인 신아원 내 장애인거주시설 신아재활원(아래 신아원)은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일어난 대형 장애인거주시설이다. 집단감염 이후 거주인은 전원 분산조치 됐으나, 서울시는 탈시설지원 약속을 파기하고 거주인들은 시설을 떠난 지 사흘 만에 재입소했다.
이원교 우동민열사추모사업회 회장은 "탈시설이 장애인 복지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사진 하민지
이원교 우동민열사추모사업회 회장은 신아원 투쟁을 이야기하며 탈시설이 장애인복지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천막농성한 지 한 달 정도 됐다. 이 농성장에 우리가 기억해야 할 영정사진이 있다. 정말 소중한 한 사람, 한 사람이 사라져갔다. 이렇게 사람이 장애인이라고, 연고가 없다고 죽어가는데 정부와 서울시는 그간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진정한 장애인복지는 시설이 아니라 사회통합이다. 탈시설이 장애인복지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추모제 참가자가 시설희생자 영정사진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출처 : 비마이너(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06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