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시설장애인당 공식활동 종료… “진짜정치 이제 시작”
등록일: 2021년 3월 24일
등록자: 하민지 기자
‘가짜’ 후보 11명 “정당 활동은 마무리 짓지만 투쟁은 계속된다”
탈시설장애인당 불법이라 규정한 선거법은 ‘차별선거법’
“박영선·오세훈 상대로 장애인 정책협약 투쟁 펼칠 것”
LG트윈타워 농성장에 연대방문한 이희영 후보(제일 왼쪽). 사진 탈시설장애인당
“지난 3개월은 스스로 용감해진 시간이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우리가 진정한 서울의 주인입니다. ‘진짜’ 서울시장 후보들이 11개 장애인 정책안을 받아들이도록 서울시의 주인으로서 요구할 것입니다. 서울을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아름다운 도시로 만들겠습니다. 그렇게 되도록 계속 투쟁하겠습니다.” (이희영 탈시설장애인당 재난시대 지원정책 서울시장 후보)
‘가짜정당’이자 ‘투쟁정당’인 탈시설장애인당의 공식활동이 중단됐다. 25일이 선거운동 개시일이기 때문에, 탈시설장애인당의 활동은 24일부터 중단된다.
지난 1월, 가짜·투쟁정당을 천명하고 창당한 탈시설장애인당은 창당대회 당일에 중증장애인 서울시장 후보 11명을 공개했다. 이희영(재난정책), 김진석(탈시설정책), 추경진(노동권정책), 최영은(이동권정책), 조상지(자립생활정책), 김명학(교육권정책), 이미정(의사소통·보조기기정책), 한기명(문화예술정책), 박현철(발달장애인정책), 장주연(장애여성정책), 박정숙(건강권정책) 등 11명의 '가짜' 서울시장 후보는 ‘진짜’ 서울시장 후보에게 요구할 11개의 장애인 정책 요구안을 상징한다. 이들은 3개월간 서울 전역에서 거리유세를 펼치며 시민에게 장애인 정책을 홍보하고, 서울시장 예비후보들과 정책협약을 맺었다.
난관도 있었다.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아래 서울시선관위)가 탈시설장애인당의 명칭에 ‘당’ 자가 들어갔다는 이유로 ‘불법’이라 경고했기 때문이다. 정당법 41조에 따르면 등록된 정당만 ‘당’ 자를 쓸 수 있다. 하지만 탈시설장애인당은 서울시선관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면담을 요청하는 등 투쟁을 이어갔다.
‘가짜정당’의 활동은 중단되지만 ‘진짜정치’의 투쟁은 계속된다. 확정된 서울시장 후보들과 장애인 정책협약을 맺는 투쟁도 이어간다. 2021 서울시장 보궐선거 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장애인선거연대)는 24일 오전 10시, 서울시 종로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진짜정치’를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11가지 장애인 정책 수용을 위한 정책협약을 공식적으로 다시 한번 제안한다”고 밝혔다.
탈시설장애인당 서울시장 후보와 장애인선거연대 활동가가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투쟁!"을 외치고 있다. 사진 하민지
- “‘가짜’ 서울시장 후보로서 공약한 것, 꼭 지킬 것”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탈시설장애인당 서울시장 후보들은 공약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비록 가짜후보였지만 후보로서 약속한 장애인 정책이 실현되도록 더욱 가열차게 투쟁하겠다는 뜻이다.
박현철 발달장애인 정책 후보는 “정당활동은 오늘 마무리 짓지만 제가 후보로서 공약한 건 끝까지 지킬 것이다. ‘발달장애인은 제구실 못 하는 사람, 시설에서만 살아야 하는 사람’이라는 편견을 없애겠다”고 말했다. 이미정 의사소통 권리보장 후보도 “지금은 해산하지만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외쳤다.
박정숙 건강권 후보 또한 “투쟁을 멈추는 건 아니다. 장애인과 노약자가 편안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과 편의시설이 확대될 때까지 투쟁할 것이다. 제도만 만들어놓고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장애인주치의 제도 또한 개선해 내겠다”라고 다짐했다.
'진짜정치' 선포 기자회견에 참여한 탈시설장애인당 서울시장 후보들. 왼쪽부터 박현철 후보, 박정숙 후보, 이희영 후보, 이미정 후보. 사진 하민지
- “공직선거법은 차별이 난무하는 ‘차별선거법’”
가짜정당임을 전면에 내세웠는데도 탈시설장애인당을 불법이라 규정한 현행법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서울시선관위는 지난달 탈시설장애인당 앞으로 공문을 보내 △정당법 41조에 따라 등록된 정당이 아니면 명칭에 정당임을 표시하는 문자를 사용하지 못하고 △공직선거법 90조에 따라 정당의 명칭이나 후보자의 성명을 명시한 현수막 등 시설물을 설치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며, 이를 어길 경우 징역형이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장애인선거연대는 “탈시설장애인당은 ‘가짜정당’이라 스스로 규정하고 활동했다. 그러나 현행 공직선거법은 차별이 난무하는 ‘차별선거법’이었다. 서울시선관위는 이를 근거로 탈시설장애인당의 활동을 불법이라 규정하며 벌금으로 위협했다. 차별선거법은 기존 거대정당의 사기정치를 용인하고 조장하는 악법”이라고 규탄했다.
또한 “장애인과 힘없는 소수자의 목소리를 막고 위협하는 건 선거도, 정치도 아니다. 탈시설장애인당의 ‘진짜정치’는 차별선거법에 있지 않다. ‘문제’라고 정의된 사람들이 자신의 문제를 다시 정의하고 아래로부터의 대중투쟁을 조직하는 힘에 있다. 그 힘을 가질 때 혁명은 시작된다”며 “탈시설장애인당은 내년에 치러질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때 ‘진짜정치’의 혁명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아원 긴급탈시설 농성장에 방문한 김진석 후보(왼쪽), 추경진 후보(가운데). 사진 탈시설장애인당
- 박영선·오세훈 상대로 정책협약 투쟁 전개한다
탈시설장애인당은 지난 3개월간 서울시장 예비후보들과 만나 11대 장애인정책 요구안을 전달하고 정책협약을 맺는 투쟁을 전개했다. 정책협약은 일종의 약속이다. 예비후보는 서울시장으로 당선될 경우 반드시 정책협약을 이행해 장애인의 권리가 더욱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까지 탈시설장애인당과 정책협약을 맺은 후보는 신지혜 기본소득당 후보, 오태양 미래당 후보, 송명숙 진보당 후보, 신지예 무소속 후보 등 총 4명이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도 정책협약을 제안했지만 아직 응답이 없는 상태다. 장애인선거연대는 두 후보가 장애인 정책협약을 맺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투쟁을 전개할 예정이다.
이형숙 장애인선거연대 공동대표는 “거대정당 후보인 박 후보와 오 후보는 아직도 11대 장애인 정책에 대한 수용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다시 한번 정책수용의 입장을 묻는다. 두 후보에게 탈시설장애인당이 아니라 장애인선거연대로 찾아갈 것이다. 선거기간에 더욱 열심히 장애인정책을 알려내고 두 후보가 정책수용을 하도록 투쟁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1037